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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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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


BY 빨강머리앤 2004-05-06

 

예전에 내 수첩속에 엽서사진 한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은방울꽃 사진이었지요.

어쩌면 꽃이 그렇게나 이쁠수 있는지 볼때마다 감탄을 하면서 이 꽃을 실제로 보면

나는 아마도 숨이 막히고야 말거야...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꽃입니다.

그때는 수첩속 은방울꽃 사진을 보여주며 공공연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꽃 이라고 은방울꽃사진이 실린 엽서를 보여 주곤 했지요.

 

은방울꽃사진이 찍힌 엽서를 하염없이 들여다 보며 그 꽃에 대한 짝사랑을

키우고 있었는데 은방울꽃이 피는 봄날이면 더욱 그리움을 부채질 하여

한번은 친구랑 무작정 길을 나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작정은 아니었던것 같고, 어떤 잡지책을 읽다가 수원 지지대 고개 어디즘에

은방울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다는 자료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지지대고개 어디즘, 이라는 다소 불분명한 위치를 막연하게 그려보며

친구랑 수원을 찾아갔던날, 날이 흐려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물어 물어 지지대고개란곳을 찾아 갔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가는 버스도 없었고, 근처 어디쯤에서 버스를 내려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갈수 있는 수원에서도 한참 외곽이었던 듯싶은 곳이었습니다.

 

정조대왕이었지요.... 억울하게 당정싸움에 희생된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

하며 그 고개를 지나올때즈음엔, 어가 행렬이 조금씩 느려지던곳이라 하여 '지지대고개'란

이름을 얻은 고개에 당도했는데 우리가 잘못 왔나 싶게 그곳은 허허 벌판이었습니다.

길을 내는 공사가 한창인지라,

산은 양쪽으로 갈라져 신음하는 현장이 너무도 선명했고,

그나마 한쪽으로 나 있는 산길은 인적이 드물어 길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방치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정조대왕의 부정을 기리는 사당비슷한 것이 하나

있어 그나마 황페한 주변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곳을 깃점으로 잡고 산을 올랐습니다.

산아래가 황폐하긴 해도 우리가 목표하던 은방울꽃을 볼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그래도 유효했으니까요...

산길 양옆을 유심히 살피며 걸었습니다. 어디 나무그늘 아래,

수풀속에 우윳빛 나는 하얀은방울꽃이 방울져 피어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법 산중턱 까지 올랐는데도 은방울꽃은 커녕 그 흔한

잡풀이 피워낸 꽃한송이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가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올라온 그곳에 산아래를 조망할수 있는 정자를 하나 발견했지요.

인적이 드물어 사실은 겁도 났었습니다. 정자를 발견하고 그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우리가  어디즘에 있다는걸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심하였지만, 어디를 봐도 은방울꽃 비슷한 꽃도 없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전에 정보를 확실하게 수집하고 왔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비로소 우린 후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적인 은방울꽃에 대한 나의 열정만을 믿고 따라와준

친구한테 미안하더군요. 그만 내려가자고.. 도로를 내기 위해

산을 깍은 개발의 현장에서 어쩌면 더 멀리에 지점을 잡고

홀로 꽃피울 은방울꽃을 그려보며 되돌아 나오는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뛰다시피, 길에 접어드니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고 우산도 없이

버스정류장까지 가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것 같았습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이젠 히치하이킹 밖에 도리가 없을것

같았지요.. 가난한 우리가 그곳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탈수 있을 만큼 돈이 있을리도 만무였으니까요.

우리는 영화에서 처럼 히치하이킹을  하기위해 손가락을 치켜 들었습니다.

거ㅡ 되게 쑥쓰럽더구만요...  드디어 승용차 한대가 우리앞에

멈췄습니다.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아서

우린 내심 긴장을 했었지요. 당시에도 사회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던듯 싶습니다. 그러나 아저씬 인상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이야기를 걸어 주셨고, 우린 서울에 도착해 무사히 집에 돌아올수가

있었습니다.

 

은방울꽃을 찾으러 지지대고개를 갔다가 정작으로 꽃은 못보고

비만 만나고 돌아왔던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그래도 추억이라 이름하나

남긴 잊지 못할 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여즉, 난 사진속으로만 은방울꽃을 만나는 중입니다.

은방울꽃은  우리나라 산간지방에 오월을 즈음하여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향기를 은은하게 퍼뜨리기 때문에 '향수화'라는 향기나는 이름으로

불린다고도 하네요.

북구유럽의 사람들은 이꽃을 '사랑의꽃'으로 이름을 붙이고 사랑하는 이에게

은방울꽃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습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월의 한때, 은방울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꽃을 꺽기위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산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도시가 텅빌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름다운꽃,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마음이 참 따뜻해 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은방울꽃말은 사랑, 행복, 희망이랍니다.

어쩌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인, 은방울꽃은 또한

가장 아름다운 꽃말을 가진 행복한 꽃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습니다.

 

다시 오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 함은 아마도 꽃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나날들에 바치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은방울꽃이라는 꽃이 있어 가능한 계절의 축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과 행복과 희망이라는 꽃말을 엮어

은방울꽃 한다발 그대에게 바치며....... 오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