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서울나들이가 참으로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는걸 보니
나도 어느새 '시골 아낙'이 다 되었나 보다! 싶어 혼자 웃어 보았다.
며칠전에 이젠 그만둔 서울엄마들 모임에서 연락이 왔다. 방학이 끝나가는데
아이들 한번 보여주자고,, 그리고 서울에서 하는 '몸속 탐험전'을 보여 주면서
우리도 오랫만에 해후를 해 보자고 연락이 왔었다.
정말, 손을 꼽아보니 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길고 긴 방학이라 지루할것 같아 오늘할일을 내일로 미루곤 했더니만
벌써 방학 끝무렵이라..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견학한번 안시켜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인 친구들 만날 생각에 벌써 부터 마음이 설레는지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선물을 준비한다며 부산을 떨었었다.
토요일 관람이라 사람들이 모일것에 대비해 일찍 만나기로 했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날 심산으로 자명종 시계를 맞춰 두고 잠이 들었었는데
웬걸, 새벽부터 일어나 엄마를 깨우는 딸아이 때문에 나도 따라 일찍 잠에서 깨어 나고
말았다. 딸아이 덕분에 일찍 서둘러 제시간에 맞춰 버스를 탔고, 서울에도 일찍 도착할수
있었다. 조금 늦을 거라고 기다려 달라고 서울엄마들에게 부탁까지 해두었는데
말이다. 일찍온 덕분에 티켓을 쉽게 구입하고 관람을 시작할수 있었다. 토요일이고
다음날이면 공연 마지막이라서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과 단체 관람객들로
표를 사는 줄만해도 몇굽이였던지...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지칠것만
같았다. 하지만 공연은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두해전에 서울과학관에서 '인체의 신비전'을 보고 난 후, 인체의 신비에 대해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이번 '몸속 탐험전'은 별 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던
듯 싶다. 아이들도 오랫만에 만난 아이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고
정작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몸속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나름대로 외관은 잘 만들어 놓은듯 싶은데 진행과정이 엉성했고
한꺼번에 몰려든 관람객을 수용할 만한 공간은 비좁기 짝이 없었으며
관람객은 어디서 부터 어떻게 체험전에 참여를 해야 좋을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무엇보다 정신없이 엄마 손잡고 따라다니며 별 재미를 못 느끼는듯한
아이들에게 한가지라도 더 보여주고 더 설명해 주고자 애쓰는 엄마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차라리 우리 몸을 설명해 주는 과학동화 한편 실감나게 읽어 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비좁은 공간,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걷는 것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하는 나였는데 다리는
왜 그리도 아팠던지.. 어서 나오고만 싶어 대충 둘러 보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아이들의 얼굴도 신나는 표정이었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을 이끌고 코엑스몰 이쪽 저쪽을 다니다 결국엔 현대백화점 지하로
흘러 들어갔다. 사람들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듯한 공간을 아이들을 챙기고
헤쳐나오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잠시 잠깐 눈을 돌리면 없어지고는 하는 아이들을
찾아 헤매다 또 사람들로 북적이는 백화점 지하식당에 내려와 보니 빈자리가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알아서 빈자리를 찾아야 했으니 눈치 빠른 엄마들은 밥을 다 먹어 가는듯한
사람들의 자리옆에 줄을 서곤 했다. 밥을 먹던 사람들은 누군가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먹고 일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수 밖에 없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밥을 먹고 딱히 근처에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어 지하 통로에서 엄마들이 다리춤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저희들 끼리 계단을 오르락 거리며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아이들은 놀거리를 나름대로 잘 찾는 구나 싶어 노는 아이들 바라보며 엄마들은
수다를 풀어 놓았다.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계단에서 저희들 끼리 놀이를 만들어 신나게들 놀았다. 그만 가자는
데도 더 놀자고 할 정도였다. 한편으론 안되 보였다.
건물속 계단에 방치를 해두었다는 생각으로. 혹 다치면 어쩌나 싶었는데 저희들 끼리
잘도 놀았다. 고맙게도... 그러니까 오늘의 주인공은 '몸속 탐험전'이 아니라 '놀이'
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구나 싶었다.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헤어져 오는길,,, 딸아이가 가장 아쉬워 했다. 놀던 친구랑
헤어져기 싫어 너네집 가자, 우리집 가자며 엄마에게로 간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어쩔수가 없어 다음을 기약하자며 아이들을 떼어놓아야 했다.
서울나들이를 끝마치고 집으로 오는 좌석버스를 타기위해 잠실역사에서 한참을
헤매고 아픈다리를 끌고 겨우 좌석버스에 오르는 그 편안함을 절대 잊지 못할것
같다. 또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통제하다 내가 넘어져 손가락을
접질렀던 일도 아픈 손가락이 나을때까지 두고 두고 생각이 날것 같다.
눈에서 안보이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데 첫학교, 첫짝꿍에 대한 기억은
오래 오래 잊히지 않은 모양인지 딸아인 집에 와서도 친구얘기가 그치질 않았다.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신문'을 만들어 볼까 한다. 그래도 몸속을 탐험해
보았으니 나름대로 뭔가 얘기 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 얘깃거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꾸며 가족신문을 만들어 볼 것이다. 아이들의 그 나름대로의 얘깃거리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서울나들이에 대한 기억만 가득 채울지 모르겠지만 ...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간다. 그간에 다 못한 방학숙제를 검점해 봐야 할 때가 왔다.
저희들끼리 갑자기 안하던 블럭을 꺼내놓고 열심히 놀고 있는 두 녀석들을 불러야 겠다.
'얘들아, 방학숙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