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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BY 빨강머리앤 2003-12-02

인생이 말이지,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물줄기라면

참 평화로울거야. 흐르는 강물이란말, 참 평화롭지 않아?

 

물론 흐르는 강물 아래엔 작은 자갈돌도 있고 커다란 바윗돌도 있고,

유연하게 흐르던 강물의 흐름이 어느순간에선 굽이쳐 흐르기도 하고

폭포수로 쏟아져 내리기도 하면서 굴곡진 삶을 살아내면서 바다를 향해 흐르는게 강물이야.

그러고 보니, 그건 인생하고 닮은 꼴이네.

우리네 인생도 생각해 보면 강물의 흐름하고 비슷하거 같지 않더냐고..

강물은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당도하는데 인생의 바다는 어디 쯤일까 하고 생각해 보게 돼.

죽음을 앞에둔 노년? 아니면 생의 끝일지도 모르지.

 

그러면 이쯤에서 강물의 흐름말고 흐름의 이면을 한번 살펴 보아야 할것 같지 않은지

 

자갈돌 틈새에 물고기가 낳은 알들이 물의 흐름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게 보여. 태동하는 생명이었던 우리도 그랬던 것처럼.

그것들이 하나씩 태어나 마침내 손톱만큼한 물고기로 탄생을 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생존게임이 시작되는 거야.

생태계란 먹이사슬이 거미줄 처럼 곳곳에 포진해 있어.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잘 피해 다녀야 해. 안그랬다간

커다란 물고기의 밥이 되기 십상이지. 알을 낳아준 부모 물고기는

대부분 알을 낳고 부화가 되기를 기다렸다 자기 갈길로 가게 되어 있어.

혼자 일어서야해. 냉혹한 현실의 법칙에서 살아날려면 안간힘을 써야해.

자갈돌 틈에서 가재라도 나타나면 악, 소리 한번 못질러 보고 가재 밥이

되고 말아. 꼬리지느러미 한번 우아하게 펼쳐 보이기도 전에 말이야.

 

폭우가 쏟아지고 계곡물이 불면 한꺼번에 휩쓸려가 바다로 내동댕이 쳐지기도 하지.

그건 참 황당한 일일거야. 알에서 부화해서 작은 물고기를 거쳐 어른 물고기를 성장해

좋은 짝 만나 사랑도 나누고 또 2세도 가져보는 삶을 폭우란 녀석에 한꺼번에 저당

잡히는 일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그건 물고기 모두 에게 잠재된 위험인걸...

 

강물은 여전히 흐르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은

그 강물을 매게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어머니가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숲에게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생의 동반자도 되어 주고 말이야.

 

미국의 몬타나 주는 자연이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어. 아름다운 자연이란

숲이 아름답다는 말이고 숲이 아름답다는건 강물의 흐름이 유연하다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끔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가 보여주는 몬타나의

자연은 참으로 아름다웠지.'이슬을 머금고 찬란하게 빛나는 몬나타의 자연'이라고 노먼이

얘기 했지.. 이 영화는 자연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공로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았다지.. 그럴만 했어. 로버트 레드포드 그의 아름다운 미소 만큼이나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더라니..

로버트 레드포드는 그냥 감독만 했어. 대부분 주연까지 했던 걸로 아는데 이영화에서는

자신을 꼭 닮은 외모의 젊은 브래드 피트를 전면에 내세웠지. 어쩌면 브래드 피트의

외모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이 그렇게나 많이 보일수가 있었는지.

웃으면 작아지는 눈매도 그렇지만 햇살을 받은 강물이 반짝일때마다

강물의 반짝임을 반사 하는듯한 그 금발 머리는 꼭 로버트 레드포드를 보는 것만 같았어.

조금 다르다면 로버트 레드포드는 열정을 안으로 삭히는 반면

브래드피트는 치기어린 젊음을 반항아 기질로 여지없이 드러내는게 다르다면 다를까.

 

브래트 피트(폴)의 젊은 날을 보는 일도 행복했고,

아버지를 따라 아직 어린 형제가 강물에 낚시를 던지를 법을 배우는

그림같은 풍경을 보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었어.

 

영화의 장면이 다소 길어.. 그래서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 유장한 강물의 흐름을 조망하기 위해선 호흡이 길어질수 밖에 없음을

영화를 보면서 이해 할수 있을 거야. 그 긴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우린 어쩌면

강물의 흐름이 주는 자연의 평화가 내 안에 그대로 안기는듯한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평화.. 달리 무슨 말로 표현할수가 있을까.. 평화라고 말할

도리밖에 없는, 자연과 어우러지며 사는 가장 편안하고 인간다운 삶을

발견하고 잠시 그 속에 들어가 보는 것은,세파에 지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어.

영화를 보는 두시간 동안 잠시 내 버거운 일상과 생각거리들을

소파에 부려 놓았었어. 온전히 영화속에 몰입할수 있게.

영화는 흐르는 물을 자꾸 비추는데 그게 하나도 지루하지 않는거야.

내내 햇살을 받고 반짝이는 강물을 보고만 있어도 좋을것 같았지.오히려.

 

어릴때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란 노먼과 폴은

성격이 아주 다른 형제야. 형은 다소 소심하고 규정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반면

동생 폴은  반항아 기질을 가진 자유주의자로 보여. 그래서 남들의 눈을 의식하든

안하든 인디언 처녀와 사귀고 기자이면서도 놀음에 손을 대기도 하지.

그래도 둘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일이 있었는데 어릴때 아버지한테서 배운

'플라잉 낚시'야.  적당한 곳의 강물에 발을 담그고 낚시를 조준하는데

햐, 그 장면 정말 근사하더라니까. 가늘고 기다란 낚시줄이 강물 어느한곳에

떨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곡선의 유려함 그리고 강물을 닮은 반짝임을

보면 말이지 숨을 쉴수가 없는거야. 그걸 로버트 레트포드는 아주 잘 잡아내서

보는 관객들을 감탄케 하는 거야.

주로 송어가 잡혔지. 어른 팔둑만한 송어가 잡힐때의 그 손맛, 아마 낚시를 해본

사람들은 알거야.

 

플라잉 낚시의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자연주의영화인 동시에

또한 성장 영화이기도 했던것 같아. 노먼과 폴이 아이에서 소년으로

자라는 모습, 또 그들이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갖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표나지 않게 잔잔하게 그려지는 일을 보는 것도 좋았어.

 

노먼은 마을에서 제일 예쁜 처녀 제시와 결혼을 하고 시카고로

교수가 되서 떠나게 되는 평탄한 삶을 살다가 노년엔 다시 고향에

내려와 플라잉 낚시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폴은 놀음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권총에 맞아 죽게 되는 결말인데

참 쓸쓸하기도 하고 그마저도 강물의 흐름에 비춰 보니

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구. 흐르는 강물은

그저 유연히 흐르는 그 흐름만이 전부가 아니였던 거야.

폴이 죽기 얼마전 마지막으로 형과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  그 마지막 낚시에서 폴은 생에 최고의 월척을 낚아 올리지.

천신만고 끝에.물살에 휩쓸릴뻔 하면서 말이야.

감동적이었어. 그런 그가 치기어린 젊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감한게 참 안타까웠지만 어쩔수 없었다고

변명하듯 여전히 강물은 푸르게 흘러가.

 

그 흐름 영원할거야. 영원한 강물의 흐름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의

삶도 그렇듯 흐르고 흐르기를 반복하겠지?

다만, 굴곡진 계곡도 잘 타고 넘어가고 폭포를 만나면 거기서

꼬구라지지 말것이며 너무 숨가쁘게도 말고 유유히 햇살이 다가오면 다 받아

내가 빛나면서 아름답게 흐를수 있다면 훗날 바다에 이르렀을때도

그대와 난 그대로 강물의 향기를 품으며 내내 행복할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그대여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하며 우리 흐를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