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의미의 여행이란, 일정기간 다른고장이나 다른나라로 떠남을 뜻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자면 여행의 범주는 생각외로 넓고도 다양한게 바로 여행이 아닐까 한다. 넓은 의미로 봐서 집에서 가까운 야산을 다녀와도 그곳에서 느끼는 바가 남다르면 그것도 여행의 범주에 포함시켜도 무방할 것이고, 직접 발로 다녀 보지 않았으나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도 여행은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먼곳에 있는 새로운 것들을 접할수 있는 여행 못잖게 넓은 의미로 여행이랄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의 떠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산책을 즐겨한다. 시간상 의 제약도 없고 굳이 여정을 챙길 필요도 없으며 여유로움 한가지면 훌륭한 여행이 될수 있는 산책을 즐기곤 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동네엔 산이 참 많다. 유명한 산들도 있고, 이름없는 작은 산들로 빙둘러 싸인 '행복한 지형'이 내가 사는 동네다.주변을 둘러보면 산과 산이 이어진 산능선들이 손짓하는 유혹을 일주일간을 견디고 작은 여장을 챙기고 나서는 일요일의 느긋한 하루.
그 여장이라야 음료수와 아이들 간식거리가 전부이다. 주변산들을 탐사(?) 하러 다니면서 어디로 가야지 가장 느긋한 산행 겸 간소하나마 여행의 느낌을 충만하게 얻을수 있는지를 알아보러 다니기를 몇주.드디어 마땅한 장소를 찾았으니 그곳은 이름도 알수 없는 작은 우리동네 뒷산이 그곳이다.
이름을 알수 없어 산을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는데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르는산, 그래서 결국은 아이들이 '우리들의 산책길'로 하자고 낙찰을 본 산이다. 산은 작지만 여느 유명산 못잖게 갖출것 다갖춘 산이기도 하다.
구불 구불 오솔길을 걷다 보면 오래지 않아 산새 소리도 들린다. 단풍이 한창일땐 푸른 소나무 사이로 굴참나무군락이 아름다운 단풍의 행렬도 보여 주었다. 단풍이 질 무렵엔 굴참나무 잎새가 깔린 길을 사그락 거리며 산길을 걷는 운치도 즐겨 보았다. 산 정상이 손에 잡힐듯 가까워서 아이들과 느릿 느릿 걷기에 그만이다. 정상에 올라 가져온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먹는 시간을 아이들은 가장 행복해 한다. 통나무를 이어서 만든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으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이들 머리위에 앉기도 했다.
내리막 길도 가파르지 않아서 좋다. 우우,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은 내리막 중턱 즈음에서 멈춰서곤 했는데, 누군가 그곳에서 운동을 하는 모양인지 훌라후프와 줄넘기가 소나무 등걸에 달랑 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를 잔뜩 넣은 훌라후프를 돌리다 배가 아프다고 징징대면서도 서로 누가 더 많이 돌리나 시합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밌는데 가끔 그자리에 특별한 손님이 출현하곤 했다. 다름아닌, 청설모 한마리가 주인공이다. 그곳이 청설모의 아지트 였는지 소나무 근처를 배회하다 뭔가를 열심히 찾곤 하던 청설모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청설모가 하는 양을 살피곤 했다. 한번은 꼬리가 탐스러운 청설모를 꼭 한번만 만져보고 싶다고 천천히 다가갔는데 결국은 소나무 위로 잽싸게 올라가 버리는 녀석을 보며 못내 아쉬워 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그곳이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 우리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일은 대게가 그런 식이었다. 크고 높은 산의 정상을 오르기 위해 힘겨운 산행을 하는 일이 가져다 주는 커다란 성취감 못잖게 이름없는 작은 산을 올라 보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아기자기 한 아름다움이 있다라는걸 느낀다.
음악의 성인 (악성)이라불리는 베토벤은 '산책광'이라 불릴 만큼 산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산책에 대한 애착은 거의 집착에 가까웠는데 아무리 몸이 아프고 아무리 날씨가 궂어도 산책만은 빼먹지 않았다고 한다.때론음악에 몰두 하느라 자신의 마을을 벗어나 생전 안가본 다른마을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산책이란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걷기 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다.. 여행을 계획하고 멀리 가는 때때로 주변의 산과 들과 강가를 산책하는 일도 일상에 활력을 주는 의미일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갑작스레 여행에 관한 글을 써야 했어서 주절 거리듯 써보았는데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된 건지,....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