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가 학교에 가고 얼마 안있어 전화벨이 울렸다.
아침부터 누굴까, 궁금해 하며 수화기를 드니 낯선 목소리다.
'00어머니죠?' 아이 담임 선생님이었다.
'네, 그런데요?'
'다름이 아니라 아이때문에 그러니 오늘 학교에좀
나와 주시겠어요?'
'네?.무슨 일인데요?'
'별일은 아니구요, 아이가 너무 장난스러워서 주의를
요해서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우리 아이가 무슨 큰일을 저질렀나 싶어
가슴이 벌렁 거리고 심장 뛰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내 귀에 까지 심장박동
소리가 쿵쿵 들릴듯 하다.
어릴때 어찌나 엄마 주위만 맴도는지 '마마보이'란 별명을 얻은 아이.
싸움이라는데 아예 관심도 없어서 친구가 놀러 와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녀도 블럭을 쌓으면서 한시간이고 자리를 보전하던 아이,
자동차 바퀴 구르는 모습이 뭐가 그리 신기한지 자동차를 거꾸로 세워놓고
자동차 바퀴를 돌리며 노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던
한마디로 순둥이였다.
그런 아이였기에 유치원을 보내면서 어미된 사람으로 아이가 과연
유치원이라는 조직에 잘 적응할수 있을까, 를 누구보다 걱정하며 지켜보게
했던 아이였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읽기 라도 했는지 아이는 유치원 3년을 다니면서
'유치원 안가겠다'한번 안하고 잘 적응하며 첫발을 디딘 사회에 예속되어
갔다. 물론 그 안에 다툼과 잘자란 사고는 무수히 많아 그걸 다 헤아릴수도
없겠지만, 그만하면 무사히 잘 자라 주었다고 평가할만 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저건 저아이의 모습이 맞나? 싶게 마마보이 기질이 다분하던
아이가 '터프한 사내아이'가 되어 있었다는거다.
그 아이 또래의 장난꾸러기 모양새가 되어가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예전 아이의 모습은 조용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 아이가 학교에 갔다. 자신이 놀기에(?) 유치원이 너무 좁았던지(사실 서울시내에
있는 유치원은 아이들이 활동을 하기에 지나치게 좁은 공간이다)
넓은 운동장 넓은 교실을 가진 초등학교가 너무 좋다고 신나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어 흐뭇한 마음으로 아이가 학교가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었다. 장난꾸러기인 한편 주위분들로 부터 의젓하다는 말을 듣곤
했던 아이가 씩씩하게 잘라주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보는 일 못잖게 아이들을 밖으로 보내고 나서도 걱정을
하는게 부모심정이다.
급식당번이라도 하는 날은 선생님이 여러 말씀을 해주시곤 하셔서
그나마 아이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는지 알고는 했다.
명랑하고 씩씩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라고...그러면서 장난을 가끔 심하게 부린다고
하시면서도 아이를 귀여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셨던 선생님.
내가 그 말에 걱정이라도 할라치면 '괜찮아요.걱정말아요'라고 덧 붙여 주실때마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든지..
가끔, 그렇게 장난 스러운 아이임을 알기에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전학을 오고 나서 아이는 선생님이 싫다는
표현을 자주 했었다. 옛날 선생님은 잘못해도 조금만 꾸중했는데
지금 선생님은 매를 때려서 싫어. 자꾸 소리 질러서 선생님이 무서워.라고.
그럴때 마다 난 아이를 달랬었다. 선생님은 당연 얌전하고 선생님말 잘듣는 아이를
이쁘다 그러시지. 너는 혼자지만, 선생님은 40명이나 되는 너희반 얘들
통솔하시면서 잘 가르치실려고 그러는 거야. 떠들고 장난하면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서 안돼. 그러니 얌전해져야 해.
한동안 아무일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발길이 무거워 학교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선생님 안녕하세요?'쭈볏 거리며 들어서니
생각보다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시는 선생님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인다.
'아이가 너무 장난스러워요. 어젠 친구들 몇명이서 화장실 입구쪽에서
팔을 벌리고 노느라 다른 아이들이 화장실 출입하느라 불편을 겪었답니다.
그래서 그녀석들 알림장에 제가 지도를 부탁드린다는 글을 적고 부모님 싸인을
해오라고 했는데 싸인을 해 오지 않았더군요. 그걸 못 보셨나요?'
아차, 어제 알림장을 보자고 했을때, 어떻게든 내가 못보게 하려고 애를
쓰더니만, 그랬었구나. 선생님한테 야단맞고 자기가 잘못하거 엄마한테 알려야
하는데 차마 그럴수가 없어서 그렇게 알림장을 숨기고 있었던가 보았다.
그때 내가 뺏어서라도 봤어야 했을까? 아이가 엄마한테 만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 자신이 잘못한거 엄마한테 정말이지 보여주기 싫어서
감춘 그 알림장을 뱃어서라도 보고 사인을 해서 보냈어야 했을까?
내가 엄마라서 그런지 아이의 그 마음을 알것도 같은데
선생님은 아이가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고 선생님을 속이려고 했으니
엄마를 부른 것이라고 했다.
아침조회때 아이 알림장을 보니 부모님 사인이 없었던 모양이다.
왜 사인을 받아오지 않았냐고 물으니 엄마가 바빠서 사인을 못해주었다고
둘러댄 모양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집 전화 번호가 어떻게 되냐며
선생님의 핸드폰을 꺼냈고, 아이는 울면서 집 전화번호 모른다고 했던 모양이다.
선생님으로선,아이가 집전화 번호도 모른다고 하는 거짓말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래서 화가난 그 즉시 핸드폰에 찍힌 우리집 전화번호로 확인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내가 아이 엄마여서 그런가, 장난을 쳤고,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알림장에 그일이 적혀져서 엄마한테 보여야 했고 싸인까지 받아야 했지만,
엄마한테는 정말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던 아이의 마음이 보이는 것이다.
집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한것은 정말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내 좁은 소견으로 보았을때 초등학교 1학생이 장난을 좀 쳤기로
그렇게 까지 자존심을 상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아이는 수업중에는 열심히 잘 따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선생님이 알림장에 적어준 내용인 즉슨 그랬다.
아이가 장난이 심합니다. 가정에서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1, 복도에서 뛰어다님( 뛰어다니다 미끄러져 다칠수 있음)
2, 화장실 입구쪽에서 장난을 침
3. 지난번 운동회때 친구 모자를 벗기려 했음( 그 아이가 다치진 않았지만 울게 함)
엄마( ), 아빠( )
선생님의 전화받고 철컹 내려앉던 마음치고는
생각보다 심심한 내용이었다.(세번째 사항은 정말 아이에게 야단을 많이 쳤었다.
그건 정말 잘못한 일이라 생각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주의를 단단히 주었다)
남편은 그걸 보자 한술 더떠서 '아이가 뭐 그럴수도 있지. 수업시간에
잘 들으면 되고, 한창 장난꾸러기 사내녀석이 장난좀 칠수도 있는거 아니야?'
어제 이후 난 여전히 학교에 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심사가
개운치가 않다. 선생님이 바라는 대로 얌전하고 착한 학생이어야 할텐데..
어제 선생님과의 면담이 내 마음을 한바탕 철컹 내려 앉게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눌수 있어서 좋았다. 좀체 선생님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만한 기회가 없으니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그저 짐작만 해야
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선생님도 내말을 듣고 앞으로 지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라 말씀을 해 주셨다.
오늘은 이미 정해진 대로 아이교실 청소를 해주러 간다.
낼모레 환경 심사가 있다고 해서 오늘 대청소를 하는 모양이다.
그간에 내 맘에 쌓였던 먼지와 같던 불신과 불안을 모두 깨끗이 닦고
쓸어 내듯이 열심히 아이교실을 닦고 쓸어야 겠다.
아이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 하루 열심히 봉사하고
아이에게 그 얘기를 해 주어야 겠다. 교실을 청소하면서 느낀 엄마의 단상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