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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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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옮기기


BY 마가렛 2020-12-14

첫눈이 내리니, 함박눈 처럼 제대로 내린 눈으로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동심의 세계로 물감을 풀어 놓아서 좋다.
오후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점점 바람이 차갑다는 것을 느끼며 베란다의 화분이
걱정이 되었다.

-베란다의 화분을 옮겨야 되겠지?
 나의 말에 남편은 아들을 부른다.
건장한 아들이 거실쪽으로 나오더니 당장이라도 화분을 옮기려 하기에
일단 거실베란다쪽을 정리해야 한다고 일러 주며 함께 바닥을 닦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사용했던 돗자리가 아직도 보관 중이라
이럴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돗자리를 잠깐씩 사용해서 그런가 세월이 흘러도 떨어지질 않는다.ㅎ

돗자리를 접어서 깔고 여리여리한 화분부터 하나씩 옮겼다.
제라늄은 분갈이를 해서 벌써 세 개나 되고,
익소라, 수국, 덴드륨, 장미허브,  다육이를 옮기고
스타티필름은 잎이 무성해서 조만간에 분갈이가 필요한 식물이다.
제라늄은 또다시 꽃을 피우려 조금씩 만개하려고 꽃몽오리를 감싸고 있다.
베란다 창쪽에 자리잡고 있던 세이지, 함박자스민, 부켄베리아, 셀렘, 홍콩야자...는
거실 창가 앞으로 옮겨주었다.
식물들은 남편의 손길에 다듬어 지고 한결 깔끔해져서 머리를 자르고 미용실을
나 선 모습 같아 보였다.
베란다 바닥을 물청소로 깨끗하게 쓸어주고 이제껏 붙박이 장처럼 양쪽에 붙어있던
브라인드로 창을 가려주니 한결 포근하고 은은한 베란다가 안정감을 찾았다.
꼭 이럴 땐 커피가 생각나지만 시간이 늦은관계로 참기로 했다.

거실에 식물이 푸르게푸르게 자리잡고 있으니 갑자기 봄이 온 듯하다.
공기정화도 되고 습도조절도 되고 눈으로도 즐기니 식물은 참 좋은 나의 친구다.

저녁을, -왜 눈이 오는 날에는 무밥이 먹고 싶은걸까?-남편이 무밥을 먹자고
하기에 무를 썰어달라고 부탁을 하니 은쾌히 다다닥거리며 무 반쪽을 뚝딱 썰어 주었다.
무밥은 콩나물밥만큼 쉽다.
무를 콩나물 보다 좀더 많이 넣고 들기름 두르고 소금 한소끔 뿌려주면
밥통이 친절하게 안내방송까지 해 주면서 밥을 해준다.
달래장이 있었음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달래장 대신 양념간장에 비벼서 곱창김에
싸서 먹는 무밥은 으음~~ 말이 필요없다.
평소 밥을 조금 먹는 남편도 좀더 달라고 하고, 아들도 맛있는지 슬그머니 일어나
밥통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첫눈 오는 날 화분을 옮기니 뭔가 뜻깊은 일을 한 거 같다....*

화분 옮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