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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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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


BY 선물 2003-12-03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가끔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예전처럼 입김이 눈썹에 닿아 얼어 버릴 만큼의 강추위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아마 어머님의 김장에 대한 두려움에도 그 옛날의 매서운 추위가 분명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또한, 문명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세상살이가 많이 안락해진 것도 겨울을 덜 춥게 느끼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난방의 편리함이 그러하고 오랜 시간 바깥에서 추위에 노출되어야 하는 일도 그만큼 줄어들었으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대개 겨울의 추위가 참 잔인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 또한 겨울에는 난방비로 인해 다른 계절에 비하여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아파트 관리비 때문에 얄팍한 지갑을 한탄할 때가 많으니 이 계절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

이런 때 매스컴에서 노숙자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 아픈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가다가 종로3가 환승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게 될 일이 있었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정말 신문지 한 장에 자신의 체온을 의지하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때도 나는 다른 생각보다 그 분들의 겨우살이가 걱정이 되어 가슴 한 켠 시린 마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경제가 너무 어렵다보니 더 이상 그 분들의 사정이 남의 일같이 느껴지질 않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그런 기막힌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겨울은 나를 잠시 흥분시킨다. 눈이라도 오려나..


얼마 전, 백화점에서 정말 예쁘고 아담한 견공들의 집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팔자가 정말 없는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집 없는 사람에겐 야생동물들의 겨우살이가 차라리 더 부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빌딩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보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내려다 본 거대한 도시는 온통 회색 빛 시멘트로 둘러싸인 건물들만 눈에 가득히 들어온다. 밤에 내려다보면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마치 기어다니는 뱀의 모양과 닮은 모습을 한 불빛들로 인해 그런 사실들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런 정경들을 보며 문득 이렇게 많은 건물들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세상은 온통 시멘트 구조물이었다. 더더구나 아파트 밀집 지역을 보면 과연 저 집들의 임자가 다 있기는 한 걸까, 저 속에 사람들이 다 살고 있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아이같이 단순한 의문을 갖게 되기도 했었다.

물론 그와 반대로 복잡한 도심을 걷거나 병원, 도서관, 백화점 등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 가게 되면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 있다가 다 튀어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처럼 집에 붙어 있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을 것 같은, 그렇게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곳에 가면 수많은 건물들을 보며 가졌던 의문과는 또 다른 상반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고단한 한 몸 뉘일 공간은 갖고 있기나 할까를 걱정하면서...

며칠 전 주택보유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한 번 울분을 느껴야 했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불공평함까지 거창하게 들먹일 것은 없지만 가끔씩 볼 수 있었던 노숙자나 쪽방 생활자를 생각하면서 뭔가 울컥하며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원래부터 네 땅, 내 땅이 있었을까? 언제부터 땅을 금 긋듯이 나누어 임자가 생긴 것일까? 굳이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역사적인 배경까지 들춰내고 싶지는 않다. 잘 알아 낼 자신도 없다. 그러나 잠시 안타까움과 함께 머리를 비집고 나와 고개를 내미는 생각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던 퍼즐 맞추기 게임이었다. 그 단순함이 부끄럽기만 한 생각이지만 그래도 왠지 그것이 옳아 보였다. 세상은 너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란 생각이었다. 아마 공평하게만 나누어졌다면, 작은 몸뚱어리 하나 둘 곳 없는 고단한 인생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게으른 자의 게으름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해 버리면 그 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여 노력해도 자신의 공간을 갖기에 턱없이 부족한 세상이라면 거기에는 분명 세상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퍼즐 판이다. 부족함도, 넘침도 없이 잘 맞추어져 있는 퍼즐 판. 내가 욕심을 내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때 그만큼의 퍼즐은 갈 곳 없이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그렇게 버려진 퍼즐을 생각하며 내 자리를 좁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욕심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크고 작은 자리 정도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남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가끔 빠른 화면을 떠올린다. 자신의 자리에 착착 찾아 들어가 아귀가 꼭 들어맞게 되는 그림을 떠올린다. 그렇게 되면 멋진 퍼즐 판이 완성되겠지. 언제나 그것은 희망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