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봅니다.
낯익은듯 낯선듯,그렇게 한여자가 있습니다.
자신을 쳐다보는 자신에게 예뻐보일려고 한 번 입가를 올리며 웃어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거울속 여자가 울고 있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저는 화들짝 놀랍니다.
`야,너 왜 울고 있는거야?이게 뭐야!청승맞게..'
웃음짓고 있는 저는 거울속 여자에게 핀잔을 줍니다.
그런데 울고 있는 거울속 여자가 정말 슬퍼보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울고 있는 여자도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뿌연 막같은 것이 눈앞을 가리며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집니다.
잠시 목을 뒤로 젖힙니다.
그리고 긴 한숨을 포옥 내쉬어봅니다.
이내 저는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웃습니다.
이젠 거울속 여자도 웃습니다.
`그래,그게 너야!늘 그렇게만 웃어!주책스럽게 질질 울지 말고...'
거울속 여자,제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화장을 채 지우지 않아서 눈물이 흐른 흔적 따라 길이 여러갈래 나 있습니다.
하얗게,빨갛게,까맣게 이리저리 색칠했던 것이 벗겨지며
거울속 여자의 얼굴은 참 지저분해졌습니다.
저는 문득 술 한 잔이 그리워집니다.
그래도 저는 참아야 합니다.
집안에 함께 사시는 시부모님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술을 잘 못하는 남자가 늘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남자는 여자를 잘 이해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술이 고파도 저는 참아냅니다.
이미 술없이도 취했기 때문입니다.
참 피곤해보입니다.
아니 참 피곤합니다.
벌써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거울을 보고 있는 여자가 저인지,거울 속 저여자가 저인지...
저는 저이고 거울속 여자는 여자입니다.
어쨌든 피곤한 한 몸 쉬고 싶어집니다.
저를 쳐다보는 청승맞은 여자를 뒤로하고 저혼자 단잠자러 거울앞을 떠납니다.
거울속 여자의 고단함은 누가 씻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