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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보는 명품 옛이야기


BY 생각하는 이 2004-11-26

      해야 해야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 줄게 장구 치고 북 치고 빨리빨리 나오너라 - 구전동요- 새벽으로 사락사락 내린 눈이 장독대를 소복히 덮고 늦은 잠 속으로 파고 들던 까치 울음은 내 유년의 겨울 아침을 더듬는 그리운 자리이다. 그 시절 눈은 왜그리도 많이 내렸는지. 뽀드득뽀드득 정수리를 적시며 동네 아이들과 담장 밑에 모여 볕을 쬐며 부르던 동요들은 해거름녘 밥 짓는 연기 모락 피어 오르는 간절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만 남아 있고 어쩌다 아이 손 잡고 찾아 가는 민속촌에서 나는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 시절에 우리는 모두 가난했다. 우리가 항유할 수 있었던 문화적 혜택은 흑백 tv가 유일 했고 겨울이면 얼어터지는 손을 벙어리 장갑으로 감싸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새벽 잠 속으로 은은히 울려대던 교회 종소리는 가난을 뒤짚어 쓰고 한끼의 양식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위로의 언 어처럼 정겹기까지 했다. 사는 것이 우리에겐 그토록 숭고한 일이었을까! 유년의 기억에서 나는 긴 밤으로 조금은 성숙한 삶을 생 각했던 것 같다. 그 자리엔 목이 마르게 나를 감동시킨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넝마주이가 흔했던 70년대의 풍경 속에 누렇게 바랜 책이 라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21세기 문명의 홍수에서는 느 끼지 못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 간절함으로 보던 책 중에 옛이야기는 상상력의 보고로 자리 잡고 있다. 옛이야기는 그 뿌리가 질그릇처럼 투박하게 살아온 사람 들의 소박한 꿈과 해학이 담긴 구전이다. 이름없는 잡초로 피었다 들풀로 일어서는 사람들의 지혜 가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신분적 한계를 가진 피지 배 계급의 유일한 희망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래동화의 일정 부분은 신화가 전설로 탈바꿈하여 이루어진 동심(童心)이 기조(基調)가 된 이야기도 있다. 전래동화는 특히 민담 가운데 많으며, 공상·서정(抒情) 교양적인 요소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이러한 동화는 그 겨레의 생활·풍속·종교 등과도 깊은 관계가 있으며, 글을 모르던 서민들의 입을 통하여 또 옛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심정에 호소하여 전래동요와 같은 구비(口碑)의 방법으로 전하여 내려왔다. 인간과 비인간의 대화 및 비인간의 인간적 심리 등은 곧 전래동화의 세계로서, 인간적인 정서가 신(神)이나 나무 나 동물을 가리지 않는 다분히 샤머니즘 적인 구조를 지 니기도 한다. 이와 같은 동화는 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구비동화만으로 는 만족할 수 없게 되면서 창작동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젠 읽을 거리가 넘치는 우리 아이들이 그래도 읽어야 하는 옛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뿌리를 접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뿌리는 유아 때 길들여지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민족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것이기에 전래를 읽는 것 은 문화를 읽는 것과 다름 없다. 나는 얼마전 또 한질의 멋스런 전래동화를 만났다. 일년전 탄탄 전래를 만났을 때 느꼈던 고혹스러움이 남아 있는 자리에 새벽으로 잎 지는 소리 들으며 한권한권 읽어 내려간 명품 구비구비 옛이야기는 책을 덮는 순간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우리의 전래가 전통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면 명품 구비구 비는 전통성을 쪽빛 물감 들이듯 스며들게 한 신선함이 있는 책이다. 전통적 색채에 창작적 감칠맛을 담아 전래의 품격을 한층 높힌 책으로 생각 된다. 더불어 전래에 쏟은 화가들의 혼이 깃든 그림들을 만날 때마다 문화를 선도하는 예술인들의 성장이 눈부시게 다 가 온다. 책 한권한권 독특한 화풍도 전람회를 간 듯한 연상을 떠 올리지만 그 화가들이 쏟은 혼과 옛이야기를 작품으로 받 아 드린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어 풍성한 읽기를 한 셈 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 시선을 잡은 것은 부록이다. 전래를 한 질 읽고도 채워야 할 민족적 자긍심의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줄 부록들이 풍부해서 일단 투자 가치를 느끼게 된다. 또 알고는 있으되 접하지 못했던 구전들이 민담이나 전 설,신화이야기로 연결 고리를 두어서 깊이로 다가설 수 있다. 이 많은 부록들 중에 우리 아이를 만족시키는 책은 '자연을 닮은 우리 집'이고 나를 만족시키는 책은 '고향의 맛,우리 음식'이다. 11월이 저물기 전 첫눈이 소복히 내린다 한다. 눈이 오는 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자근자근 읽어 주는 옛이야기가 어떨까 싶다. 끝으로 부록을 올려주는 세심한 배려로 마무리를 한다. 1. 민담 이야기 2. 열두 달 우리 명절 이야기 3. 전설 이야기 4. 고전 이야기 5. 신화이야기 7 함께 하는 민속놀이 8. 아름다운 우리 옷 9. 고향의 맛,우리 음식 10.자연을 닮은 우리 집 11.아가아가 일어나요 (전래동요) 12.지혜보따리 13.재미 보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