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콩자루는 옆에 있으면 자꾸 손이 간단다.
이말을 어느 고명하신분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날씨는 비가 오겠다
남들은 진짜배기 방콕도 가는데
무뉘만 방콕인 울집에서 나이롱 참선을하고 있을려니
참 희안하게도 맞는말이구만.
여자한테 손이 가는가야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요는 콩자루에는 시도 때도없이 손이 간다는게 맞다는 사실이다.
콩자루가 있냐고?
콩자루 대신 과자 자루다. 하하
센빼이라는 과자를 아는가 모르겠다.
삼각형으로 된 얄삭한 과자에 옛날엔 과자 끝에 시퍼런
파래를 묻쳐놓았는데 요샌 걍 허연 설탕비스무리한걸
묻쳐놓았드만.
파래가 비싸서 그런가?
하여간에 비싼 과자가 아니니 수지타산이 안맞아서
잔손가는 파래를 안발랐는지도 알수 없다만....
과자공장을 하는 지인이 이 센빼이 과자를
먹으라고 한보따리 갖다줬다.
맨날 나돌아 다니다보니 한가하게 먹을 틈이 없었는데
오늘 작심하고 과자를 꺼집어냈다.
과자 먹으면서 도 닦아야지...
눅눅해지기전에 빨리 먹어야지...
과자도 유통기한이 있을꺼니 생각날때마다 먹어야한다.
옆집에 꼬맹이가 있는데 좀 주고 싶지만
워낙 엄마인 새댁이 까탈스러워서 주기도 조심스럽다.
최고급 아니면 안먹인다 소릴 입에 달고 다니니
메이커도 없는 이런과자 줬다가 뭔 소릴 들을까싶어서
주는것도 눈치가 보인다.
비가오니 기분도 눅눅해지고
움직이기가 싫다.
집에서 비됴 두편 빌려놓고 과자를 꺼집어왔다.
첨엔 몸에 살도 많은데 조금만 먹어야지...하는 조심스런 맘으로
건성으로 몇 개를 먹었는데...
입안에서 바삭 거리는 소리에 재미가 들었는지
안먹으니 입이 어찌나 심심하든지
하나 둘 먹기 시작한게 장난이 아니다.
옆에두니 자꾸 손이 가고...
원래 과자 좋아하지도 않는데 한번 맛을 들이고 보니
안먹으니 이상하고 자꾸 생각이 나구만.
아하~
이래서 콩자루와 여자는 가까이 있으면 자꾸 손이 간다는 말이구나.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든 사람도 한번 바람이 들면
정신을 못차린다는 말이 맞는갑다.
옆에 둔 과자에 무의식중으로 자꾸 손이 가는걸 보면 말이다.
점심때 경비실 아저씨한테 비닐 봉지에 넣어 과자를 갖다주니
반색을 하신다.
옛날에 잘 먹었든거라고...
역시 코드는 나이랑 비례하는구나...
기분좋아하는 아저씨를 보니 나도 무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 바람에 용기를 얻었다랄까?
옆집 새댁한테도 주고싶은 맘이 들었다는거다.
그래...이건 추억의 과자니까 새댁도 어쩜
옛날에 먹었는건지도 몰라.
나땜시 이렇게 비오는날 추억에 잠겨보는것도 괜찮겠지.
언젠가 제사음식을 갖다주니
안먹는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딱 부러지게 거절을 못하는 난 조금은 황당스러웠고
다시 음식을 되가지고 오는 나를 보고
아들은 쓸데없는짓한다고 마구 화를 냈었다.
'새키. 줄려는게 나쁘냐? 안받을려는 사람이 나쁘지'
죄없는 아들을 홀겨보며 무안해서 나도 같이 화를 내었지만
그이후도 식혜를 한다거나 감자넣고 수재비같은걸 끓일 때
주고싶은 맘이 왜 그리도 나든지....
내 딸같으면 얼마나 잘 먹을껀데 하는 생각땜시
갖다줄까 말까 망서렸든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복도에 애기 소리가 나길레 빠꼼히 문을 열고 보니
새댁이 애기를 달래고 있었다.
'새댁아. 애기 과자 좀 줄까?'
과자 소리에 애기가 더 반가워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슨 과자인데요? 아줌마 드시지'
요기까진 착한 새댁이다.
'응 새댁도 아는가 몰라. 센빼이 과자라고'
비닐봉지에 담아논 과자를 흔들어보이고선 한 개를
꺼집어 내었다.
'요런거 먹어봤어? 줄까?'
'주세요'
달라는 소리에 그만 신바람이 난다.
쳐다보는 애기에게 꺼집어낸 과자 한 개를
손에 쥐어줄려고 하니
'아유. 안돼요. 이런 과자 애기 먹으면 배탈나요'
'잇빨도 낫겠다 먹여도 돼는데...'
'싫어요. 안먹여요'
'그럼 애기 안먹이고 새댁이 먹을꺼야?'
'아뇨. 저도 이런 과자 안먹어요. 길표 과자잖아요?
애기 아빠가 촌사람이라서 이런거 잘 먹거든요'
에구~
뒷통수 한 대 얻어맞은거 같다.
촌사람은 이런 과자 잘 먹다니...촌사람 들었으면
기절하겠구먼.
봉지를 건네주긴 했다만 내내 맘이 씁쓸한건 왜일까?
애기에게 길표 과자 안먹인다고?
옛날에는 애들이 기어다니면서 흙을 주어먹어도
잘만 크드라.......카고 싶었지만
내 딸도 혹시 아나.
지 새끼 좋은거 입히고 먹인다고 나중에 저럴는지...
막말 못하니 안그래도 튀어나온입 더 튀어 나와서
주고도 씁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속으로는
'그래 이 문디 가시나야. 니 새끼 이런거 안먹이고
죤거 먹여라. 그런다고 더 잘 크는줄 아나?
맨날 병원에는 사흘들이 들쳐업고 가드구만.
그거 니가 요래 별나게 키워서 그런거다'
입밖에 안냈으니 악담은 아니고
걍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지....ㅎㅎㅎ
참 세대차이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은 우걱우걱 티비 보며 잘도 먹는다.
저넘도 촌넘이라서 저리 잘 먹는가?
나중 지 마눌이
'내 남편은 촌넘이라서 길표 과자 잘먹는다'
요런 소리 할까봐 겁난다.
'맛있냐?'
'맛있어요'
'길표 과자인데?'
'길표과자면 어때요? 맛만 있으면 됐지'
그래
제발 니 마눌도 길표과자라도 맛만 있으면 좋단
여자였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건 촌넘인 남편이 먹으라고 미루지않는 그런 여자말이다.
또 콩자루에 손이간다.
아무래도 저 콩자루 다 비워야 손이 멈출거 같다.
누구 길표 과자 드실분 울집으로 오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