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장터에 장사하러 나오는 사람들중 젊은여자들이 눈에 많이 띈다.
대부분이 한대의 봉고차에 몇명이 함께 타고 팀장이라 불리는 사람에 의해
여러장소에 나뉘어 내려져 장사를 하는데 들고 나온 제품은 중국산 속옷과 얇은 담요등 한철 장사할수있는 물건들로 어쩌다 오는게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 늘어나는것으로 똑같은 장사꾼이다 보니 그것도 수요가 많아 손님이 찾아오는일은 드문 드문 있는일이다.
그 날 매출중 몇프로를 수수료로 받아드는게 하루 수입의 전부 이고 보니
눈길 몇번만 주면 얼마를 벌수있는가 알아낼수 있다.
어제도 내근처에는 속옷장사가 있었는데 봄인줄 알았는지
가녀린 몸매에 투명한 피부를 지닌 젊은 여자는 얇은잠바하나 걸치고 종일 떨고 있었다.
몇번인가 내 쪽을 건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도 아무 말을 하고 싶지않은것이
물건위로 차갑게 내리는 진눈깨비를 털이개로 탁탁 털어내고는 내자리에 앉아 눈 아래로 내려깔고 모르는척 하고 손난로를 쬐고 있었으니
이제 남의 슬픔보다 내 아픔에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있나보다.
장이 파하는 시간에 그녀는 내쪽으로 건네와 클렌징크림과 영양크림을 만원 주고 사가는데 얼굴이 추위로 얼었다.
"화장품 떨어진지가 열흘이 넘었는데 오늘 사네요."하면서 웃는데 입술이 새파랗다.
"오늘 못팔았지요?"
"네....오늘 번돈중 화장품값주고나면 칠천원 남아요.
이걸로 쌀사야지... 쌀도 떨어졌어요. 하면서도 웃은데 천진하다고 해야할지 가련하다 해야할지...아기엄마라는데 아기같다고 해야할지...
"마트에 가도 칠천원짜리 쌀은 없는데 봉지쌀 사다 먹어요?
만이천원이 제일 싼거로 아는데.."
"그래요? 어떡하지? 언니 그럼 오늘 하나만 사고 다음장에 또 살께요" 하고는 클렌징크림을 내려놓고는
"죄송해요. 언니"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바닥에 놓인 진열된 몇개의 속옷이 담긴 곽중에서 한개를 가르켜
"이 브래지어 얼마예요? "
"두개들은거는 한 곽에 오천원요."
싸다.. "한곽 주세요."
속옷 만큼은 순면입고자 혼자 약속 했는데 맨날 약속 어기는 거짓말쟁이다.
나중에 더 나이들면 순면 입어야지. 늙어 쭈구렁 할머니될때 , 젖가슴이 외할머니처럼 쭈그러들때. 그때 좋은거 입으면 안늙고 고와지려나.
그 브래지어 들고 내 자리로 오는데 웃음이 나오는데 왜 웃냐하면요.
지금부터 이야기 해드릴께요.
처음 장거리에 나왔을때 모든물건들이 시내의 백화점과 마트보다 훨씬 싸더라구요.
감나무가 떠오르는것을 보니 아마 영동장이였었을거예요.
내 앉은 맞은편에서 아저씨 한분이 속옷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데
무조건 골라서 천원이라고 하니 길가던 사람이 너나 할것없이 앉아서 고르길래 나도 장사를 미루어놓고 그들 틈에 끼어앉아 속옷 몇장 골랐는데 그중 브래지어 하나도 따라왔는데 착용해보니 크게 불편한건 없어 잘골랐구나 생각했는데 몇번 빨면서 원을 만든 가장자리 바이어스가 조금씩 풀리더라구요.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움직일때 엎드리면 가슴이 따가와 집에와서 보니까 원을 이룬 그 곡선 자리에 특수가공 실리콘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철사가 들어가 밖으로 삐져 나온거예요.
(그럼 그렇치,싼게 비지떡인게 틀림없다는 그말. 맞구나.) 했는데
지난해 아이들과 TV에서 (surprise)를 보고있는데 1940년 미국에서 일어난일로 여학생 둘이서 나무밑을 지나가다가 하늘에서 번개가 쳤는데 그중 한 여학생만 번개에 맞아 죽었다고 했습니다..
왜 똑같이 걸어가던 그 여학생중 한 여학생만 죽었을까 하고 사인을 검증을 해보았는데 그중 한 여학생이 착용한 브래지어에 철사를 넣어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이고....세상에..
나는 일어나 서랍장에 넣어둔 그 천원짜리 브래지어를 살짝 꺼내서 아이들이 볼새라 똘똘 감아서 쓰레기통에 확~ 미련도 두지 않고 그냥 확~~~버리고는
큰일날뻔 했네. 저 텔레비젼을 본것도 행운이네.
그렇찮으면 올여름 번개맞을지도 모를일인데..헤헤
어제 속옷파는 그녀앞에 앉아 제일먼저 만져본것은 원을 만든 그 자리에 혹 철사가 들어가 있는가.. 하고.. 그런데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고 그냥 박음질된 헝겊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게 좋아서 샀는데..
아니요. 사실은 스물네살 먹었다는 7개월된 아기엄마가 시장에 앉아 생글거리며 웃던 그 웃음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어, 샀던가요?
아니지요.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지요.
누구에게든 섣부른 동정으로 함부로 말을 한다면 주제를 모르는일이테고,
그녀에겐 그녀에게만큼의 고귀한 삶을 이끌어가는 즐거움일수도 있을테니 ,
그런데 진눈깨비 내리는 추웠던 그 장거리에 앉아 얼어버린 몸으로 손님을 기다리며 물어보고 만져보고 그냥 가는 손님에게도 생글거리며 웃음을 잃지않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그녀가 너무 예쁘고 대견해서 샀어요.
별걸 다 자랑하네요.. 그치요? 누가 거지 아니랄까봐..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