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이 하나도 없는 간이역사의 환한 불빛아래로 함박눈이 내리는데.
무배치역인지 사람 그림자 보이지 않고 차양아래 벤치 두개 나란히 놓여 지나가는이 앉아주길 기다리는듯 그 아래 자갈돌이 동글동글 눈만큼이나 하얘서 저기가 어느역인가 기억해놓으려 눈을 떼지 못하고 뒤돌아보고있을때 이미 기차역사는 어둠속에 묻혀버렸다.
누군가 옆에 함께 앉아 왔으면 하는 생각은 서울역에서 부터 함께 탄 건너편 내 옆자리 부부를 보고서다.
머리가 희끗한 남자는 신문을 보다 옆에 앉은 여자의 어깨에서 흘러내려 무릎에 걸쳐진 반코트를 들어올려 다독거려주었고 여자는 그 기척에 눈을 뜨고 "여기가 어디예요. 여보, 커피마시고 싶은데.,"하는 것을 보아서는 그남자의 아내였지 싶다.
"식당가서 사올께, 밖에 눈오는거 알아?"하는데 나는 그 말소리에 새삼스레 눈이 오는가 하고 고개를 돌려 바깥세상이 어두운 차창을 바라보았다.
"눈왔어? 어디?"하고 여자의 목소리가 금새 생기가 묻어나고
"안보이네, 눈이 어디와요? 할때 그 남자는 "조금있다 밖에 불빛 보일때 보면 보여, 내 알려줄께."하니 "나, 깨우지, 당신혼자만 봤어요?"할때 그때까지 나는 조금 외로웠다.
그 남자가 아내를 위해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들고오고 나직히 무슨말을 주고 받을때는 나는 갑자기 많이 외로워졌다.
빨리 기차가 내가 사는곳에 서주었으면 했다.
할일이 없어진 기차안에서 가방에 함부로 찔러져있는 노트를 꺼내 어느시인의 시를 읽었다.
........긴 다리가 반쯤 잠긴 물새한마리.
잠든 어린 딸의 피아노 건반을 낮게 G단조로 건너는
겨울밤의 팡세,
눈은 왜 그리 오래 감기는지....
노트를 덮자 막연히 감겨지는 두눈사이로 눈물이 아주 조금 흘러나왔다.
역에 도착하자 함박눈이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고 있어 빠른걸음을 하고 눈사이를 서둘러 지나 가는데 금새 머리위로 어깨위로 앞가슴위로 눈이 소복히 쌓이고 모르는 처음보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눈사람 같애요"하고 웃는데 나는 내가 정말로 눈사람이여서 이자리에서 아주 큰 눈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째 내린 눈으로 길은 꽁꽁 얼어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통에 이십분을 넘게 택시를 기다리다 어림잡아 오십명은 될듯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 버스를 기다리다 문닫는 제과점으로 들어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케익을 사들고 나오는 사이 기다리던 동네 버스가 지나가고..
시계를 보니 열시가 넘어서고 이러다 마지막버스마저 끊긴건 아닌건지.
주머니에 넣어놓은 전화기에선 아직 버스안왔느냐고, 그래도 빨리와야해. 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였으면 아까 아까 기차안에서 만큼 갑자기 외로워져 눈만큼이나 눈물 펑펑 쏟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