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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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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생긴일


BY 손풍금 2004-01-01

크리스마스에 뭐했냐구요? 일했습니다.ㅡ.ㅡ;
전국적으로 장이 안서는 12월 31일. 그 한해의 끄트머리날에도 혼자 일했는걸요.
(혹 누가 묻거든 전해주오. 장터에서 목숨을 거두었노라고..ㅎㅎ)

그럼 크리스마스 이야기좀 들어볼래요

*

"엄마, 오늘도 일해?"

"응"

"오늘 하루 쉬지? 크리스마스인데.."

"안돼"

"왜?"

"오늘 일해야 너희들 크리스마스 선물 살수 있거든.."

"응? .. 좋아. 엄마 갔다와. 히히,"이불속에서 고개 쑥 들이민다.

쬐끔 마음아파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큰녀석은
"엄마, 나는 컴퓨터 씨디 한장이면 되는데"

"그건 지금도 사줄수 있지, 요 앞에 상가가서 사줄께"

"조금 비싼데.. 팔만오천원"

".........뭬이야???
엄마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크리스마스날도 덜덜 떨면서 일하는데 팔만오천원짜리 게임씨디 사달라고?
안사줘!! 아니 있어도 못사줘!!!!!!!!!
나쁜놈"하고 살짝 바라보니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는데 뒤에 있던 작은아이는 "킥킥~ 엄마, 성냥팔이 소녀가 아니고 아줌마야."
"요것들이 엄마를 놀리나"했지만
저놈 마음이 어쩌려나 생각하니 안타까워
"꼭 필요한거면 다시 이야기해. 꼭 사야하는거라면..사줄께"

"됐어요"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몇몇 단골손님이 찾아드는것 외엔 손님이 뜸했다.
"오늘도 나오셨어요. 크리스마스인데.. "하는것이 인사였고.
"네. 행복하세요"하는것이 답례였을때 나는 많이 행복했다.

오후가 되어서 한손님이 내앞에 왔다.
그녀는 한달전 "아줌마, 이거 돈으로 내주세요"하고 눈썹연필을 내놓았다.
색깔이 마음에 안든다고 대뜸 환불을 해달라고 했다.
그 눈썹연필은 이천원짜리였다.
마음에 안든다고 하니 환불은 해줘야 한다. 많은 손님에게 나는 그래왔다.
마음에 안들면 마음에 드는물건 있을때 사가세요. 하고 ...
그런데 그녀에게 만큼은 돈으로는 안된다고 다음에 원하는색깔을 가지고 올테니 그때 찾아가라고 했는데 한달만에 온것이다.

"내가 주문한 색깔 가지고 왔어요?"하는데 사람기억이 통 없는 나는 그녀를 기억하고
"가지고 왔었는데 안오길래 다른사람에게 팔았어요. 돈으로 내줄께요." 하는데 걷잡을수 없이 그손님에게 향한 미운마음이 일기시작했다.
"그렇게 장삿군들한테 예의없는 행동하지 마세요. 사갈때는 분명 색을 칠해보고 사갔는데 마음에 안든다고 가지고 왔으면 있는물건중에 골라가야지 대뜸 돈맡겨놓고 찾아간 사람처럼 당연한듯 돈으로 내 달라는게 말이된다고 생각해요?"하니

"왜 안되요? 내 마음에 안들으면 돈으로 당연히 돌려받아야지, 큰 백화점도 그렇게 하는데 왜 아줌마만 안돼요?"

"댁같으면 물건팔아놓고 마음에 안든다고 돈달라면 돈으로 내줄수 있을것 같아요? 그것도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댁같은 경우는 너무 얄밉단 말이예요.어쩌면 조금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어요?"하는데도 내가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조절하지 못하는 내마음에 대해 당황해하고 있었다.

"돈이나 줘요"하고 내가 왜 니 훈계를 듣느냐며 기분나쁘다는듯 손내미는 그녀.

이천원을 한손으로 던지듯 건넸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는 지금의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자책에 빠졌다.
길가에 번듯한 가계에 가면 깨끗하고 고급스럽게 진열된 물건이 많은데 내물건을 사러온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고 나또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무슨짓을 하고 있는건가. 그럴수록 더 상냥하게 해서 돌아서는 마음에 미안한심정을 갖게해서 다른 상인들에게 가서는 그렇게 하지 않게 해야하는데..
거리에 남아있는 쓸쓸한 바람이 불어와 내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손님이 왔다.
세여자 였다.
"이거 재고 아니예요?' 몰려앉으며 물건을 뒤적인다.
"이거 오래된거 아니예요?" 또 한여자가 묻는다

"재고 아니예요. 그날 그날 도매시장가서 물건 해오는거예요. 거리에 나 앉으니 먼지가 앉아서 그래요. 믿고 하세요. 가계보다 많이 쌉니다"

"그거야 장삿꾼말이지 그말을 어떻게 믿어."하며 이것 저것 가격을 묻는다.
좀전의 그 손님일로 마음이 상해있어 입을 꾹 다물고 싶었지만 세여자가 돌아가며 말을 해대니 정신이 없다.

"이 크림 얼마예요?"

"만 이천원요"하니

두여자는 "가계나 여기나 크게 차이없네. 몇천원밖에 차이 안나네, 가계로 가자"한다.

그 여자는 "살까?"하고 나머지 두여자는 "사지마. 몇천원 차이면 가계서 사, 뭐하러 찝찝하게 여기서 사냐?"한다.

나는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여자가 "주세요"한다.
크림을 봉투에 넣어주는데 두여자가 저기가면 샘플도 많이주는데 뭐하러 사...하니
"괜히 샀나.."하고 흘러간다.

그녀들이 가고나니 가슴에서 돌고있던 황량한바람이 목까지 차오른다.
마음이 아프다.

'저기요. 이거 안살래요. 돈으로 내주세요"하고 좀전의 그녀가 뛰어와 봉투를 내민다.

나는 돈을 내주면서 또 기어코 한마디 했다.
"훔쳐와서 파는물건 아니고 만이천원짜리가 삼사천원싸면 아주 싼거 아니예요? 지금 팔고 나서도 참 기분 좋지 않았네요. 사실 팔고 싶지도 않았고 내물건 놓고 재고네, 아니네 함부로 말할때 내자리에서 가라고 떠밀고 싶었어요. 잘왓네요. 여기 돈있으니까 가지고 가고 다시는 여기 오지마세요. 그리고 그렇게 물건 하나 사면서 생색들좀 내지 마세요.사람 기운빠져요"하고 말았다.

그 여자.
얼굴이 붉어져 아무소리 하지않고 돈을 받아갔다.

옆에서 바라보던 과일파는 애기엄마는 "속이 후련하네요. 아주 잘했어요. 진짜 더러워서 장사 못한다니까. 물건 샀다가 이유도 없이 돈으로 내달라는게 우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싸게 사서 쓰는건 고마워안하고 팔아준다는 생색은 어지간히 내고 있지"하는데 나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후로 마음이 아파져 견딜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가.
이런것 보기 싫으면 거리에 서지 않으면 될건데.. 미쳤다.
창피하다. 부끄럽다. 결국 이게 내 모습이였나.찾아주는 손님에게 무슨횡포를 부리고 있는건지...헛웃음 칠일이며 한마디로 꼴값한다고 하지 않을까.
전화를 준 조시인은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나는 지금 미쳤다고 했고...
조시인은 잘했다. 잘했어. 참으면 병된다고 했지만.. 이게 아닌데.

일을 접고 친구를 찾아갔다.
내말을 듣고 있던 친구는 얼굴을 찌푸렸다.
일행의 그런 만류에도 크림을 집어둔 손님이 고맙지 않았느냐고 내게 되물었다.
물건이 본인한테 안맞아도 주인에게 신뢰감이 들면 또 찾지만 물건파는 주인에게서 신뢰감이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물건을 싸게 팔아도 그 손님은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을때 나는 제발 그런사람 오지않았으면 좋겠어.하는 오만을 부리고 말았다.

그러면 안돼, 나를 찾아주는 모든것에 대해 감사해하는 마음을 접지마. 그리고 제일 중요한것은 그렇게 손님에게 화를 부리고 본인 마음이 편하냐 그거지, 지금 너는 너무 불편해하고 괴로워하고 있잖아.
분명히 이천원이 큰돈은 아니였을거야. 주위사람들하고 커피한잔 줄이면 되는돈일텐데 왜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한번 다시 한번 생각해봐."

친구의 곁을 떠나면서 비로소 내잘못이 무엇인가 깨달아졌고 마음이 편해졌다.
언제고 그 손님이 지나가면
"지난번엔 정말 미안했어요. 저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지요?"할것인데 얼굴을 기억할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크리스마스에 성냥불하나 지펴 하나의 오만한 마음 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