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터를 떠나 한 아파트단지를 찾아 왔다.
삼년전 장사할 자리를 찾지못해 떠돌아 다니다 단속이 심하지 않았던
유순한사람들의 동네에 와서 근 한달동안 장사하던곳이다.
학교앞 공원의 벤치에 무심하게 앉아있다 벤취 주변으로 장사할 물건을 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여기서 장사하려구? 여기는 사람들 안와요.
저 위에 올라가면 장삿군들 모여있는데 그곳에 가서 해야지.
혼자 뚝 떨어져 있으면 무슨 장사가 된다구.. 그리고 여기는 음지라 햇빛도 안들어오는걸, 물건이 팔릴때 가서 앉아있어야지. 쯧쯧"
그래도 괜찮아요."하고 주신 걱정에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하고 대충 물건을 정리하고 벤취에 앉았다.
엊그저께 옥천장터로 찾아온 친구는 눈만 빼꼼 나오고 추위는 당체 얼씬도 하지 못할것 같은 듬직한 털모자가 달린 옷하나를 내놓으면서 내몸에 걸치게 하고는 이제 마음이 조금 놓인다 하고 돌아갔던 따뜻한 옷은 지금도 여전히 훈훈하다.
겨울공원에 잔디와 꽃은 없었지만 튼실한 소나무를 푸르게 하는 발아래 흙은 기름졌고 간간히 솔나무 그림자 사이를 스쳐 발끝으로 떨어진 햇살을 가지고 땅밟기 놀이를 하다 고개를 들었다.
삼년전 내가 서있던 그 자리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리 사람이 지나지 않는 자리라 새로운 주인이 맞기에 외면당한 그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몇발자국만 옮기면 지금과 똑같은 자리겠지만 삼년이 흐른 지금 내가 참 먼곳을 와있다 생각했다.
본디 장사를 하러 나왔는데 이제 다시 이곳에 올수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여유자적한 기분.
그땐 아무런 대책없이 힘들었는데도 참 씩씩하게 살아갔다 하는 그런마음.
지금은 소풍왔다 하는 그런 마음.
그래서 이 많은 자리를 두고 공원벤취에 앉은거지. 그렇치? 할때 나는 하마터면 울뻔 했다.
그 생각끝에 따라나온 잠시잠깐 삼년전 그자리에 앉아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면서도 무슨연유로 희망을 놓치 않았을까.
무슨연유로 기운을 잃지않았을까.
무슨 연유로 나는 자꾸만 자꾸만 살고싶어졌을까.
장사를 하면서 한손님이 찾아오면 이전 손님한테 받은돈까지 합쳐 열번도 더 헤아려보고.. 헤아려보며 작은돈을 나누어 쌀을 사던 그때와 나는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오래된 친구는 얼마전 퍼올려도 퍼올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것 같은 이야기가 언제부터였는지 찰랑찰랑 물고이는 소리가 들려와.
듣고 있는 나도 놀라워. 사느냐고 수고했어"했다.
"사느냐고 수고했다니? 이건 결국 내 인생이였는데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을 내 인생에 대해 버둥거리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지금껏 해왔던것처럼 남은 날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것이고 살아가는일에 대해 정신없어 제대로 바라보지못한 아이들을 이제 바라보니 저절로 커있었고 비로소 돌아보는 아이들에 대해서 자꾸만 기웃거리며 미안해..소리가 나오려는데, 사느냐고 수고했다니..
지난봄 첫책이 나오면서 , 살아가는일이 조금만 더 고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을 들고 장터로 찾아 온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기운을 얻었는지 늘 행복했다.
"늘 행복해요". 하니 어떤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소리 지르라 했다.
그 말에 "다시는 마음 아파할일 없이 기운잃지말라는 그소리로 들리니 어쩌지요". 했더니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있어요? 어찌 그리 사람마음을 잘 읽어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지인의 말을 빌리면 천사들은 왜 그여자 곁으로만 모여드는가. 라고 했던 그 지인의 또다른 말은 그여자님의 글 속에서 보니 내가 전한 마음보다 더 진실하고 따뜻해 보입니다. 어찌보면 사람들 마음 속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 스스로가 알아채지 못한 천사들을 그여자님이 꺼집어 내어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건지도 몰라요."했을때 나는 내 맘속에서 옹송거리며 다 하지 못한말을 꺼집어내 글로 남기고 싶었다.
언제나 낮은자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터 틈새에 앉아 여기 저기 깨진 유리조각들에 의해 상처입은 사람들의 살아남기,
가난한 농부의 아내와 눈동자가 유난히 까만 낯선 이국여인을 며느리를 데리고 장을 보러오는 어머니뒤로 그녀들의 잊혀진 모국어가 두런거리는 장터에서,
오기로 사느라 목소리가 쉬어버렸다는 쉰목소리 들어내는 장꾼들의 숨가쁜 이야기가 때로는 더없이 고요하여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터에서,
차양을 치느라 올라갔다 내려온 전신주 아래 그 아래서 키작은꽃이 얌전하게 피어있는것을 보고
그 꽃의 이름을 아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 무수한 발걸음속에서도 살아남아 피어있는게 중요한게 아니냐고...
오가는 사람들이 바라보고 아.. 하는 탄성소리를 놓게 하는것처럼,
꽃의 이름을 아는게 무에 그리 중요한일이라고..
그꽃의 향기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