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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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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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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이야기


BY 김별하 2003-07-09

"엄마, 금요일이 얼마나 남았는데요?"

우리집 공식요정 하늘이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왜?"

"그날 우리 시장놀이 하거든요. 그래서 동전 100원짜리 열두개 가져가야 돼요."

"엄마두 알고 있어. 일주일 스케줄 표에 나와있던걸? 그리고 동전은 하루에 한가지 이상 착한일 하면 그때마다 엄마가 줄테니까 12개가 될때까지 하늘이가 착한일 많이해서 유치원에 가져가. 그래서 니가 사고 싶은것 시장놀이 하면서 다 사봐. 그게 하늘이 숙제야 알았지?"

"네~"-_-;

그녀가 오늘은 시끈둥 한 대답이다. 이마가 공처럼 톡 튀어나와 귀여운 우리요정이 오늘은 뭔가 심상치 않은 사건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녀는 좀 기분이 삐리리~ 할때면 고개를 숙이고 불쌍한척 한다. 나는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정스레 물었다.

"왜그래? 오늘 무슨일 있었어? 엄마랑 토킹어바웃 좀 할까?"

날마다 잠자기전 이어지는 우리의 토킹어바웃 이지만 오늘은 좀 빨리 땡겨 그녀와 진지하게 인생을 논했다. 그녀는 이내 울먹였다.

"왜그러셩~ 엄마한테 한번 말해봐. 혹시 또 알아? 엄마가 해결해 줄수 있을지?"

"엄마, 이번 금요일날 시장놀이까지만 하고 다시는 유치원 안갈거예요."

그녀의 비장한 각오가 눈매에 강렬하게 스며있었다.

"왜? 왜그러는데?"

"아이들이 막 놀려요 내이름 갖고......"

"왜? 니 이름이 어때서? '하늘이' 얼마나 이쁜데? 엄마는 만약에 엄마이름이 하늘이 였다면 이 세상 아무도 안부럽겠다 뭐."

"그래도 아이들은 내 이름으로 장난도 치고 놀려요."

 하늘이 한테 관심 없으면 아마 말도 안시킬껄?"

"아니예요, 좋아서 그런거 아니라구요. 날 놀려 먹는게 재미 있어서 그런거라구요뭐."

"뭐라고 놀리는데?"

"어떤애는 나보고 하늘색 크레파스래요. 또 어떤애는 '하늘색 크레파스가 부러졌대요, 부러졌대요, 얼레꼴레리 부러졌대요~ 하면서 놀려요"

"어머,어머,어머, 그 별명 너무 이쁘다. 얼마나 하늘이가 이쁘면 너보고 하늘색 크레파스래? 그친구 누군데? 엄마가 가서 고맙다고 인사해 주려구. 우리 하늘이 이쁘게 봐준거잖아"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는 아니라는듯 가로로 고개를 저었다. 한참을 듣고있던 우리의 잔다르크, 갑자기 초를 치기 시작했다.

"엄마, 우리 입장도 좀 생각해 주셔야죠. 엄마,아빠가 좋아서 지은 이름이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다구요."

오마이 갓!(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별이의 항변이 따발총을 타고 내게로 날아들었다.

"저도 학교에서 별명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데요. 엄마도 아시잖아요, 제가 별명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때 울기도 하고 학교에도 무척 가기싫어 한거. 그때 아이들이 저한테

(별똥별)이라느니, (똥별) 이라느니, (별주부전) 이라느니 또 는 (별볼일 없다)느니......어휴, 그때 생각하면 지금 또 화가 날려구 그래요. 엄마, 아마 하늘이도 저랑 똑같은 기분일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마가 위로해 주셔야죠. 그렇게 하늘이 마음을 몰라주면 안되는거 아니예요? 엄마한테 정말 실망이예요"(음미~ 기죽어-_-;)

나는 정말로 '하늘색 크레파스'라는 별명이 무지 맘에 들었는데 정작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장난 치는것 자체가 기분나쁜 모양이다.( 으으윽 이럴땐 대체 어쩌란 말인가. 잠깐 잔머리좀 굴리고는......)

나는 안면을 싸악 바꾼뒤 이렇게 말했다.

"누구야? 어떤 녀석이야? 우리하늘이 이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녀석이. 이름 말해봐. 엄마가 가서 아주 혼을 내줄테니까"

이러면서 수첩이랑 펜을 준비하는 액션을 취했다.

"주안이...보라...어쩌구...저쩌구...중얼..중얼..중얼..중얼......"

이제야 화가 좀 풀린듯 개미만한 목소리로 이름을 주절주절 열거 하더니

"아니예요엄마, 인제 됐어요.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씀드려서 혼내 주세요"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아이가 안다는 말을 나는 오늘 새삼 절감한다. 우리의 잔다르크가 초를 치는듯 싶더니 역전의 안타를 치게 날 도와 주었다. 역시 우리의 잔다르크! 나의 든든한 버팀목 이랄까? 어느때는 철딱서니 없는 계집아이 같지만 실전엔 무지 강한, 그리고 리더쉽또한 강한 잔다르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즘은 '별'이란 말이 메스컴이나 광고카피등을 통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 자신의 이름에 자부심을 갖는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요정 하늘이도 족히 5학년은 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에 애착을갖고 소중하게 생각햐게 된다는 결론?

가끔은 엄마가 아이들의 편이 되어 주는게, 얼마나 아이들 로서는 흡족하고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하는지 모른다. 이젠 비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주는 엄마보다는,마음의 우산을 함께 써주는 엄마가 요즘아이들이 짱!이라고 불리우는 우상순위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