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삼아 걷기 운동도 할 겸 이따금씩 서점에 들린다.
이전같이 사람도 많이 않아 책한권 들고 구석진 곳에 의자에 앉아얼마전엔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필사 책이 진열된 곳이 눈에 들어왔다.
필사를 할 수 있게끔 책과 노트 펜도 준비되어 있어 소녀시절의 감성으로 들어가
나도 의자에 앉아 한 글자씩 또박또박 시를 옮겨 보았다.
벌써 여러 님들이 노트에 자기만의 개성으로 빼곡하게 더러는 몇 줄의 글을 써 놓았다.
윤동주의 시집을 필사할 수도 있고 다른 문학의 책이 필사 책으로 준비 되어 있어
나도 홈트(홈트레이닝)가 아닌 나필(나홀로 필사, 즉흥으로 지어봤음.ㅋ)로
감성에 젖어 힐링 시간을 갖고자 책을 한 권 구입했다.
대부분 한 번만 보게 되는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내가 꼭 소장하고 싶거나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갑자기 삘을 받으면 어쩌다 책을 사곤 한다.
이 기회에 필사도 하고
그 책을 잘 간직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헤밍웨이의 불멸의 '노인과 바다' 책을 구입하고
카드로 결제했다.
기분 좋은 것은 책 가격보다 적은 가격이 결제가 되었다.
물론 내가 회원이라 정가의 3프로라는 몫이 포인트로 적립되어 그 금액이 결제금액에
포함되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정가보다 세일된 가격으로 구입되어 괜시리 좋다는 단순한 생각에 미소지으며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폰에 있는 프사가 바뀐 것을 발견한 딸이
우리엄마는 글씨체도 여전히 이쁘다고 나도 엄마 글씨체를 닮고 싶었는데
잘 안된다며 예쁜 말을 마구 톡으로 올려주니
마냥 헤벌쭉해져서 더 열심히 필사에 전념을(?)하기에는 힘들고 쉬엄쉬엄 하려고 한다.
솔직히 내 글씨체보다 딸의 글씨체가 더 반듯하고 예쁘다.ㅎ
필사를 해보니
나의 글씨체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딸이 말한 거처럼 글씨체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학교 다닐 때는 노트정리 잘했다고 진열대에도 올라가곤 했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서기 노릇을 종종했었다.삶의 변화 때문인지 글씨가 그때그때 다르다.
내가 책 한 페이지를 필사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보니 글씨체가 바뀌었다.
얼굴도 피부도 나이듦에 조금씩 바뀌듯이 글씨체도 바뀌는지 별로 맘에 안 들었지만
꿋꿋하게 좀더 정성 들여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다음 페이지의 글씨는 이전보다 좀 나아 보았다.
아하! 모든게 정성이로다. 대충 쓰는 글씨체와 한자한자 생각하며 쓴 글씨체는 확연히 다르다.
필사를 하니 문장이나 내용이 내 마음 잘 전달이 되고
눈과 손으로,
-어느 작가가 필사는 책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라고 말 한 것 처럼 -
필사를 해보니 책의 문장이, 단어가
내용이 조심스레 마음 깊은 곳으로 단단하게 자리잡으며 들어온다.
그냥 책을 읽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고 성취감도 함께 하여 괜찮다.
나도 헤밍웨이가 되어 그와 함께 노인과 바다를 쓰니 힐링시간이 되어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진다.
당연히 손가락은 조금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