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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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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동서들


BY 마가렛 2018-02-14

이쁜 동서들
빨리 꽃피는 봄이 오면 허한 마음도 찌든 육체도 괜찮으려나

요즘 머리가 너무 아파 정신을 못 차리겠다.

어제 아침엔 머리가 여기저기 아파서 평일미사에는 참석도 못하고

조용한 음악으로 심신를 달래다가 신경외과에 갔다.

의사선생님 왈

작년 12월에 오셨을 때와 증상이 비슷한 걸로 보아

피부에 유독 예민한 사람이 있는데 그 케이스란다.

남들보다 피부에 예민한 사람은 작은 증상에도 더 크게 와닿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고 하면서

물리치료와 약을 며칠 분 처방해 주신단다.

 

물리치료사가 어디가 제일 아프냐는 질문에

머리,목, 어깨 모두 아픈데

특히 머리가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공이 굴러가듯이 아프다니까

재미나다는 듯 웃는다.

내표현이 그리 재미있었나?

편하게 누워 찜찔을 하고 엎드려서 기계치료를 받으니

아무래도 조금 편한 느낌이다.

 

주기적으로 계속 이리 아프니 명절 증후군은 아닌데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런가 싶다.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 하더라.

얼굴은 항상 웃는 얼글인데 몸은 거짓을 못하기에

그리 아픈거라고...

맞는 말일 수 있다.

긍정적 마음으로 살아가자 운운하지만 내몸은 어느새 지쳐있다.

 

 막내동서가 전화를 했다.

"형님 뭐가 필요하세요. 과일셋트는 설날이라 쓸데없이 비싼거 같고

갈비나 좀 사갈까요?"

알뜰한 동서가 얼마나 고민했을까?

"괜찮아~ 그냥 와서 나와 수다나 떨어주면 되지 뭐,

우리 일은 조금만 하고 놀자.

부침도 조금만 부치고, 맨날 남는것도 일이잖우."

깔깔 웃으면서

"그래요. 형님 .. 형님이랑 재미나게 이야기하는것도

저는 좋아요. 핑계삼아 한 번 전화 드려봤어요."

마음이 이쁜동서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둘째동서에게 문자가 왔다.

'이번에도 나물 해가면 될까요?'

남편이 옆에서 지켜보더니 웃는다.

우린 설날 차례상엔 나물은 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한결 차례상 준비가 추석보다는 편하긴하다.

'설날에는 나물 안 올리는데...'

답을 보내니 얼른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고 몇마디 나누다가 나물을 안올리냐고 묻길래

"아직도 모르셨냐요? 잘났습니다.." 하고 웃으니

동서도 필요이상으로 크게 웃는다.

동서가 "그럼 뭐 준비할까요? "묻길래

"그러게... 뭐가 좋을까?" 되물으니

그럼 전을 몇 가지 준비해오겠단다.

"어렵지 않는 전이요! 간단한 걸로요."

"그래라... 뭐 준비 할래?"

"으음... 동태전, 감자전, 고구마전"

이렇게 하겠단다.

"그렇게 할래?"

"동그랑땡도 할게요.

좀 어렵겠지만 해 볼게요."

"사과나 배도 사갈까요?"

됐다고 했다. 미리 장을 봤다고 하니

형님 넘 부지런하단다.

결혼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설날에 나물 안 올린다는 것도 모르는 동서지만

그래도 와서 얼굴 붉히고 일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서 온다니 오히려 고맙다.

 

까스렌지 닦았다고 손이 아프니 그냥 쉬엄 최소한의 것만 정리하고

그냥 보내련다.

완벽하지도 않는 사람이 완벽한 척하려면

오히려 병이 나게 마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