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컴에서 출석체크를 하면 오늘의 미션이란 주제에 댓글의 임무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심드렁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은근 재미로, 미션이란 과제가 좀 끌릴 때는
미션을 종종 수행한다.
그러면서 한편 미션이 주제를 정하는 것도 어찌 보면 과제 인데 누가, 어떻게 정할까?
의구심이 솟는다..
물론 아컴 직원들이 의논을 하거나, 회의를 통해서 정하거나,
아님 우리 아컴 회원들의 글에서 힌트를 얻거나, 뉴스를 보면서 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궁금할 때가 있다.
우리말에 그냥이란 단어가 참 편리하게 쓰인다.
그냥 궁금해.
그냥 좋아해.
그냥 생각이나.
그냥 하고 싶어.
그냥 아무 이유 없이....그냥
난 매월 말쯤이면 나에게 미션을 준다.
1월의 마지막 날은 문화의 날이기도 해서 오래간만에 미술관을 가보려 마음먹고 있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며칠 전에 남편이 학교에서 보내준 교지를 보면서 '마리 로랑생'을 보고 싶단다.
솔직히 주말에 함께 가도 상관없지만 난 꼭. 내가 가고 싶은 날에 가고 싶다고 선포를 했다. 그에 붙여
혼자 미술관 관람이 나의 미션이라 하니 웃으면서 그러라 한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많은 전시를 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내가 보고 싶은 마리 로랭생만 머리에 그려진다.
마리 로랑생은,
프랑스 파리에서 공무원인 아버지의 혼외 자식으로 태어났다.
엄마는 무난하게 공부해서 교사가 되길 원했지만 그녀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
화가의 길을 걷던 중 화가들의 공동작업 장소인 ‘세탁선’에서 피카소를 알게 되었고,
아폴리네르, 모딜리아니 등과 교류하며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켰다.
피카소의 소개로 기욤 아폴리네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폴리네르와의 뜨거웠던 사랑을 할 때의 그녀는 초기의 우울한 회색과 갈색의 초상화
그림에서 벗어나
서서히 녹색, 파랑과 핑크로 자신만의 색을 찾기 시작하며 강한 입체파의 영향을 보인다.
기욤의 유명한 시 ‘미라보 다리’가의 주인공이자 그의 연인인 마리 로랑생은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아폴리네르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그녀의 어머니가 헤어질 것을 요구해서
4년만의 사랑은 끝이 나고, 아폴리네르와 헤어지지만 그녀의 작품 곳곳에서 미라보 다리를 엿 볼 수
있듯이 아폴리네르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귀족과 결혼하고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스페인으로 망명한 그녀의 작품은 우울했지만 고아의 영향을 받아 관능적인 남부 여성들을 그리며 상처의 시기를 이겨낸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온 후의 작품은 점점 밝고 파스텔 톤으로
그녀의 작품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출생과 남성위주의 미술세계에서 꿋꿋하게 자리매김한 그녀는
코코샤넬의 초상화도,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고
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콜라보레이션한 앙드레 지드의 ‘사랑의 시도’와 ‘이상한 나라 엘리스’등의 도서 일러스트 작업과 르노 자동차 광고 등 당양한 작품 세계를 활동한다.
이제 한층 성숙해진 강렬해진 색채로 자신의 스타일을 탄생한 대가로서 1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세 명의 여인들’은 이곳 전시를 위해 특별히 촬영이 허용되었다.
시집 ‘밤의 수첩’을 발간한 시인이기도 한 마리 로랑생의 전 작품을 감상하면서 참으로 이른 시기에
여자라는 이유로 힘들었던 미술세계에서 우뚝 서서 자리매김한 마리 로랑생이 존경스럽다.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은 오직 기욤 아폴리네르라는 추측이 당연한 것은 그녀가
죽을 때 그의 손엔 장미 한 송이와 아폴리네르의 시집이 꼭 쥐어져 있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고 하지만 용두사미 격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프로로 시민들에게 사랑받은 문화의 날이
언제부턴가 한정판이 되었다.
영화도 몇 개의 개봉관에서 오후 시간에만,
공연도 몇 개 작품으로 생색을 내더니
작품 전시도 슬금슬금 오후 저녁시간 때에만 할인이 된다.
생색만 내는 정책보단 하나를 해도 시민들에게 잘 한다.라고 칭찬 받을 수 있게 제발 잘 좀 합시다!
미라보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인생은 얼마나 지루하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