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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가을


BY 마가렛 2017-10-28

아날로그 시대
 

ㅡ가을엽서ㅡ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가을과 시인은 정말 잘 어울리는 단어다.

안도현 시인과의 만남은 나에게 참으로 유쾌한 시간이었다.

바쁜 가운데 저녁을 김밥 한 줄로 때웠지만

진지하고 재미있는 2시간의 강의 속에서 나는 인문학의 학생이 되어

두 귀를 활짝 열고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백석 평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엿보이는

시인은 백석을 무지 좋아한단다. 혼자만의 짝사랑

1980년대에 백석의 모닥불이란 시를 접하고 백석에 대해 알고 싶어서

노력고 많이 하고, 보이는 시마다 필사를 하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모든 자료를 모아 백석 평전을 내놓으신게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백석이란다.

우리세대에는 백석에 대한 시를 교과서에서 접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핫하게 떠오르는 시인이다.

청년들은 백석을 교과서에서 접했기에

인문학 강의에도 중학생부터 대학생,  70대어른까지 다양하게 참석한걸 보다

백석에 대한 관심도와

안도현 시인의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백석보다 5살 아래인 윤동주도 백석을 좋아했기에

 백석의 시를 인용해

별헤는 밤을 썼단다.

그당시엔 그게 표절이 되지도 않았다고..

 

식민지 시대, 일본 유학, 만주, 북한에서의 생활

다양한 삶을 살고 간 백석은 대원각의 김영한의 사랑과도 애뜻하다.

김영한이 대원각을 법정 스님께 시주함으로 지금의 길상사가 되어

시민들이 좋아하는 장소중의 하나가 되었다.

 

시인과 가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이 김영한(자야)에 대한 사랑으로 쓴 시라는데 백석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색깔이 보인다.

멋진 외모의 백석은 모던보이로 몇몇 여성들과의 로맨스도 있었지만 단연 자야와의 사랑이 으뜸이고.

식민지 시대에서도 일본어로 단 한편의 시를 쓰지않고 오직 우리의 글로 떳떳하게 시를 쓴,

민족적인 감정을 담아 잘 표현한 시인이다.

 

아쉬운 것은

백석평전을 들고 가서 안도현시인에게 사인을 받아야 됐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