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식사랑이란 참으로 끝이 없다는 말이 맞나보다.
옛말에 90이 넘어도 환갑이 넘은 자식에게 차조심하라고 당부한다는 말이 있듯이
시어머니를 보면서 그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남편은 술을 좋아해서인지 업무상 필요해서인지 참 줄기차게 술을 마신다.
이제는 몸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건만 접대다 모임이다 끊임없이 마시고
다음날은 해독이 되지 않아 출근도 못하고 종일 거실에 죽치고 있다.
그런날은 속이 쓰려 끙끙 앓기도 하고, 배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기도 하고
목에 가시가 박힌듯 캑캑 악을 쓰며 기침을 하기도 한다.
이럴때 나는 미워서 가능한 모른채, 안들리는채 한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다르다.
생강을 달여 따뜻한 물을 대령하고,
도라지가루를 들고와 기관지에 좋다고 먹어보라하다 거절당하고
죽을 끓여줄까 콩나물국밥 해줄까
약을 좀 사다줄까 하다가 모두 거절당하고
그래도 생강물은 열심히 받아 마시니 그거라도 식지 않게 데워다 바친다.
노인챙기는 지인이나 딸에게 얻은 인삼사탕이니 젤리니 갖가지 군것질거리도
아들에게 제공하고.
그래도 사랑 절절한 노모보다 악처가 편한지 내가 퇴근해 오면 콩나물 국밥을 끓여달란다.
미워도 콩나물국밥이나 콩나물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면 그 정도는 해주지 않은 적이
없건만 시어머니는 주방까지 따라와서 거든다.
북어도 넣어라, 멸치 다시물은 저기 끓여두었다. 하시면서.
우리는 항상 큰상을 차려 거실에서 밥을 먹는데 무거운 상을 드는건 남편이 하는 일이다.
상을 차려놓고 남편을 부르려는데 시어머니가 툭치며 속삭인다.
그냥둬라. 나랑 맞들면 된다. 하면서 같이 상을 들자고 하신다.
할수없이 무겁지만 그냥 나혼자 들어서 거실로 옮긴다.
다리와 허리가 불편하신 시어머니와 맞들면 높이와 속도가 맞지 않아 내가 더 불편한데
아들 무거운상 드는 것이 안쓰러워 수시로 하시는 말씀이다.
식사가 끝나면 시어머니는 얼른 빈 국그릇과 밥그릇을 들고 일어난다.
일어설때 양손에 빈그릇을 들고 있어서 몸이 기우뚱하면서 옆으로 기울고 잘 일어나지지
않는다.
남편은 그냥두면 한꺼번에 상을 들고 가는데 다리도 불편하면서 그런다고 잔소리를 하고
시어머니는 조금이라도 상을 가볍게 하는게 낫지 라고 하신다.
노인의 관절이나 뼈는 앉거나 일어설때 균형이 어긋나서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고집을 부리신다고 화를 내고.
식사후에 그런 실갱이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둘다 참 사랑인지 고집인지 한결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어머니 원하는 대로 하시게 제발 그냥두라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요즘
좀 덜하다.
부모에게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들었든 말든 아직도 내사랑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