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언제 하냐?
세탁기 고장났는데 언제 사냐?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반찬이 이게 뭐냐?
위의 질문은 몽땅 나의 남편이 아내인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문제는 이 질문이 벌써 25년째인가?
아니다 해가 바뀌니까 26년째다.
첫번째 질문에 내 대답은 아직 못했다.
사실 안한 것일 수 있다.
나보다 남편은 나보다 더 청소를 더 잘하기 때문에
털털하다 못해 칠칠치 못한 마누라보다 실력이 더 월등한
남편에게 맡기는 것이다.
원래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집안에
여러모로 좋다고 대답은 하고 싶은데
입이 안 떨어진다.
보나마나 버럭 소리를 꽥 지를테니까.
두 번째 질문은 재 작년에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쾅쾅쾅 드륵드륵 하더니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요지부동이다.
세탁기도 돌아가시는구나..
그래서 홀라당 버렸다.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세탁기 사러 가려고 하면 돈이 부족하고,
돈이 있을 땐 왜 이리 딴 볼 일이 많은지 그렇게 이 년동안
남편이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하게 되었다.
이젠 대답을 해서 얼른 사러가자고 하고 싶은데,
작년에 식구 하나 더 줄으니 빨래도 별로 없다.
대충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다.
남편이 짜 준 빨래를 널을 땐 진짜 탈수기가 짠 것처럼
물이 안 나온다.
그래선가 전기요금도 확 줄었다. 물론 수도세도 별로 안 나온다.
세탁기를 남편이 사달라고 하는 집은 아마
우리집 밖에 없을 것 같다.
세번째 질문에 이건 뛰어다니는 말인지,
사람이 사람에게 말하는 말인지 그 말이 아니다.
늘상 나에게 하는 잔소리 중 일부분이다.
이런 말을 할 땐 그 남편의 마음을 좀 짐작한다.
잔소리도 관심있다는 일종의 언어라는 것.
그것도 이젠 자식들 다 나가고 둘만 남아
신혼도 아니오 구혼도 아니요 알 만 큼 다 알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오래사는 부부에겐
공통어라면 맞는 애기다.
나도 종종 미 말을 종종 쓴다.
특히 술먹고 현관 비번을 느리게 누르는 소리에
"아니 또 술먹고 왔남? 내 말이 말같지 않어?" 이런다.
옛날 같으면 대판 싸우는데
지금은 안다. 그 말의 속 뜻이 따로 있다는 것을..
네번째 질문
반찬이 이게 뭐냐?
남편이 이러면 나의 대답은 없다.
왜냐면 나도 잘안다.
내가 반찬 해놓고 내가 맛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을..ㅎ
국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거나, 아님 찌게가 꼭 필수적으로
갖춰져 차려야 하는 밥상시대는 우리집이랑 좀 거리가 멀다.
있으면 해 먹고 다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식이니
그 때 그런다.
반찬이 먹을 게 없어 혼잣말로 그러면 만다.
해봤자다. 어쩔겨..돈만 주면 배달되서 날아오는 배달시대인데,
이상하게 맛없어도 집에서 해먹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남편이 심심하게 김치찌게도 된장찌게도 나보다
더 잘끓인다.
부부는 처음부터 일심동체는 아닌가보다.
그렇게 맞춰보려고 살아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