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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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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어머니


BY 길목 2016-10-25

나의 친정어머니는 생활력이 강했고 주장이 강했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셨다.

시골학교 교장이던 아버지는 45세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43세에 홀로 되셨다.

올망 졸망 다섯남매를 공부시켜야 했고 시골에서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어머니는 무작정

도시로 이사를 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아버지를 잃은 우리 오남매는 어머니가 하늘이었다.

고생하는 어머니의 고마움을 잊으면 안된다는 말을 누구에게나 들었고,

우리도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어머니의 말은 무조건 들으며 자랐다.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무도 어머니 말에 토를 달거나 대꾸하는 일은 없었다.

어머니는 어른이 된 자식에게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말했다.

 

언니가 50이 넘어서도 어머니에게 혼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집안에서 개를 키워 털이 날린다고 혼나고,

건강 생각해서 체중 조절 하지 않고 마냥 먹는다고도 혼났다.

특히 모임이 많은 것에 대해 제일 많이 혼났다.

힘들게 일하는 사위가 집에 있는 날 동창회나 계모임 가고 사위가 혼자 집에 있게 하다니...하며 나무랐다.

그래도 마음씨 좋은 형부는 아내를 위해 장모에게서 전화가 오면 거짓말을 잘해 주었다.

동창회에 가도 슈퍼에 갔고, 계모임에 가도 목욕탕에 갔다고 둘러 대어 주었다.

 

나는 가난한 집 맏며느리로 시집을 왔다.

힘들때도 있었지만 한번도 어머니에게 하소연하거나 투정하지 않았다.

더 오랜세월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에게 웬지 그러면 안될거 같았기 때문이다.

늘 전화로 어머니의 가르침을 들을 뿐이었다.

시어른들에게 어떻게 어떻게 잘해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라,

시어른 모시고 직장생활까지 하니 건강 해치지 않게 해라 등을 가르쳤고

나는 언제나 다소곳이 들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길들여진 어른에 대한 태도가 시집오니 고분고분 하다고 보지 않고

시어머니에게 너무 정없이 사무적으로 대한다고 손 윗 시누이가 나무랐다.

직선적이고 할말은 해야 하는 형님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내성격을 고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30년간 시어머니 모시고 별 문제없이 살고 있다.

 

우리 어머니도 남의 자식인 며느리와 사위는 어쩔수 없었다.

자식과는 달리 가끔 어머니의 태도에 반기를 드는 며느리가 있었다.

성격이 활달하고 직선적인 막내 며느리였다.

막내 며느리의 당돌한 반항과 어머니의 끝없는 독재가 부딪혀 자주 전쟁이 일어났다.

막내 올케는 시누이들을 원망했다.

딸들이 나서서 어머니의 생각을 고쳐야 하는데 모른 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의 생각이 경우에 어긋나지는 않다는 생각이며

단지 표현이나 전달방식의 문제라 생각이 들었다.

서로 이해하기가 힘든 만큼 각자의 생각이나 성격을 고치기도 힘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끝까지 그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남편인 둘째사위 또한 어머니에겐 가까이 하기엔 먼 존재였다.

스스로 잘난 인간이라 장모의 가르침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지

명절이나 처갓집 행사에는 기분 내키면 참석하고 핑계도 많지

어쩌다 오면 아무도 안먹는 술 혼자 끝없이 마시고 끝없이 떠들지

명절이 지나도 장모한테 안부 전화 한번 할줄 모르지

 

요즘은 자식을 결혼시키면 내자식이 아님을 경험하게 된다지만

어머니는 남의 자식은 절대 내 자식처럼 되지 않음을 경험하시며 살다가

6년전 81세에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