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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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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렐레를 배우다


BY 길목 2016-07-10

주민센터에서 요가를 배우다 보니 다른 것도 배울 것이 없나 살펴보게 되었다.

한지공예를 해볼까하다 우크렐레를 배우기로 했다.

음악성이 별로 없어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악기 다루기는 관심이 있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작은 기타 모양으로 맑고 경쾌한 음을 가진 우크렐레는 뛰는 벼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첫날에 악기도 없이 갔는데 우크렐레 선생님이 연주하는 맑고 경쾌한 소리에 반하고

말았다.


악기를 사고 책을 사서 일주일에 한번 주민센터로 간다.

요가와는 달리 수강생 숫자가 적었고, 서로 묻고 배워가며 해야 하니 수강생끼리 친분이

생겼다.

이 나이에 악기를 메고 걸어가노라면 마치 예술하는 학생이 된 느낌이 든다며 우리끼리

낄낄 웃으며 간다.

수강생 중에는 나보다 어린사람보다 위인 사람이 많았다

연장자들의 열정을 보니 덩달아 자신감이 생겼다.


가끔은 수업마치고 커피 값이 싼 교회찻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놀기도 한다.

사람들과 쉽게 친하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호칭을 어떻게 써야할지 걱정이다.

누군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언니와 형님 중 어떻게 불러주길 원하는지 선택하라고 한다.

모두 언니~ 로 원했고 통일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나는 아직 어색하다.

자식모두 출가시키고 하모니카, 노래교실, 수영, 요가, 우크렐레를 요일마다 번갈아

배우며 노년을 즐기시는 분도 있고,

바느질 솜씨가 출중하여 퀼트나 인형을 잘 만들고, 갖가지 생활의 지혜가 많은 분도 있다.

우리는 그들의 열정을 배우고 생활의 지혜도 얻는다.

가끔은 영감님의 흉보기에 배꼽을 잡기도 한다.


우크렐레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머리 쓰기가 힘든 나이에 코드를 외워야 하고,

손가락 감각이 둔한데 자꾸 코드를 바꿔야 하고,

한꺼번에 양손을 쓰기 힘든데 양손에 각각 다른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자꾸 말해도 못 알아 듣고, 알아 들어도 손이 따라주지 못하는 늙은 수강생들,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앳띤 아가씨 선생님.

어떤 날은 나만 못하는 것 같고. 어떤 날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수강생중 가장 연장자께서 포기하지 말자고 우리를 격려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꾸 하다보면 조금씩 실력이 는다고.

우리도 그 상황을 스스로 위로한다.

언젠가는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