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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그기 도전!


BY 길목 2016-07-02

며칠 전 배추 한포기로 난생처음 김치담그기에 도전했다.

시골큰집에 다녀온 언니가 크고 잘생긴 배추 한포기를 얻어와 김치를 담아 먹으라고

주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나를 편하게 해 주려고 한포기 양의 양념까지 섞어 담아 주었다.

시집 온지 30년이 되었지만 우리 집 김장, 된장, 고추장 모두 아직 시어머니가 다 하신다. 지금까지 직장생활 하느라

집안 살림을 시어머니가 맡아 하셨기 때문이다.

웬지 시어머니가 계시는데 내가 김치를 담아 보겠다고 하기도 그렇고,

달랑 한포기로 김치 담아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시어머니가 집에 안 계시는 날에 시도를 했다.

배추를 아무렇게나 쓱쓱 썰어 소금에 절였다. 소금의 양은 잘 몰라 대충 넣고.

시어머니 하실 때 봐 둔대로 찹쌀 죽을 만들고, 멸치, 무 파를 넣고 다시 물도 만들어 언니가 개어 준 양념에 섞어

건져둔 배추를 버무렸다.

맛을 보니 싱거운 것 같아 액젓도 더 넣고, 너무 단맛이 없는 것 같아 매실액도 넣고...

지금까지 본것은 다했다.


저녁상에 떡하니 한 접시 담아내어 내가 김치를 담았다고~

남편한테는 자랑삼아 큰소리로, 시어머니한테는 수줍은 듯 소심하게 내밀었다.

시어머니는 “언제 절여서 빨리도 했네” 하시며 드실 뿐 뒷말이 없으니 무슨 뜻인지 알겠고,

남편에게는 그래도 행여 하는 마음에 맛이 어떠냐고 물으니 “니맛도 내맛도 없다”고

확인사살을 했다.

내가 먹어봐도 맛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이 해야 할 말을 내가 했다.

익으면 맛있을 거라고.

그런데 익어도 맛이 없는지 남편은 결국 김장김치를 찾았고,

많지도 않은 배추 한포기~ 결국 다 먹지 못하고 김치찌개에 들어갔다.

그래서 가정주부~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를 생각했다.


시어머니 연세는 올해 84세이다.

결혼 후 3개월 분가해 살다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함께 산지 30년이다.

내가 직장생활 하는 동안 시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시고 우리 아이들을 다

키우셨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있어도 할머니에게 “라면 끓여 주세요”. “계란후라이 해주세요” 한다.

할머니는 언제나 “오야 오야 해주지, 또 뭐해주까” 라고 하고

나는 “반찬 많은데 뭔 후라이 그냥 먹어” 또는 “그 정도는 네가 할 수 있잖아” 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나보다 더 좋아한다.


내가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우리 집에는 졸지에 가정주부가 두 사람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집에 있든 말든 집안일을 계속했다.

여전히 가족에게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하고, 여전히 가족의 흰옷은 손빨래 하셨다.

주부가 두 사람인 집안이 때론 난감한 상황을 가져왔다.

물을 두 몫을 먹은 화분의 물받이가 넘치기도 하고,

두 주부가 각각 계란을 한판씩 사들고 와서 갈 곳 없는 한판은 다 삶아야 할 때도 있고,

서로 믿고 있다가 밥솥이 비어있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며느리가 놀면서 시어머니가 일하게 할수 없고,

지금까지 살림을 맡아해 오던 시어머니는 며느리 하는 것이 어설퍼 보이고, 그래서 서로 불편했다.

어쨌든 그때부터 내가 시어머니의 생활패턴을 흩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