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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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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할 나이


BY 길목 2016-06-29

일년전 나는 20년 경력의 보육교사였다.

원장은 참으로 교양있게 돌려서 말을 하는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못 알아들을 뻔 했다.

그녀가 나보고 이제 쉬어야 할 때라고 했다.

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일은 익숙해져 전혀 힘들지 않았고,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었는데 쉬어야 할 때라고 했다.

 

 

나는 그 어린이집에서 3년 정도 근무하다 큰 수술을 하게 되어 그만 두었고,

완쾌되었지만 쉬고 있을 때였다.

입학식을 3일 앞두고 교사가 결핵진단을 받아 그만두게 되었고, 너무 임박해서 교사를

구하지 못했다고 다시 일을 해주기를 원장은 간곡히 부탁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3년을 더 일했다.

딸 같은 어린교사들의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육아경험자로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젊은 문화를 알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나름 신.구세대의 조화를 이루어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그러나 원장은 젊은 교사들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했다.

나를 필요로 할때는 분명히 젊은 교사들은 철이 없고,

경험부족으로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지 못하니 경력 교사들이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 많고 경력 많으면 젊은 교사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분위기를 칙칙하게 만든다는 말을 흘렸다.

참으로 그때그때 잘 둘러대는 갑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필요해서 불렀지만 적당한 시기에 스스로 물러나 주지 않으면 불편해 하는

것이 갑인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 자존심은 예상치 못한 순발력으로 튀어나왔다.

“그러지 않아도 올해는 000자격증 과정을 공부하려고 쉬려던 참이었어요”

권고사직에서 희망퇴직으로 상황을 바꾸어 원장에게 명분을 준 셈이 되어 버렸다.

 

그때 내 나이 57세,

보육교사로서는 내가 생각해도 좀 많은 나이긴 하다.

그러나 참 어중간한 나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밀려나고 노인들에게는 끼지 못하는 나이다.

그러나 아직 그녀의 말대로 쉬고 싶지는 않다.

나는 큰 병을 통해서 인간에게 쉬어야 할 나이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젊은 나이에도 큰 병을 얻거나 사고가 나서 다친다면 일을 할수 없다.

그러하거늘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쉬어야 하는 나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다시 시작할 나이 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머물러 있지 않고 또 다른 생활에 한걸음 한걸음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