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유난히 시린 가슴을 달래려 많이도 흘러다녔다.
섬진강
악양
구례
성삼재
노고단
가고 또 가고 또 갔다.
섬진강 가에서 부서진 내 조각들을 줍고
악양 모 시인의 동네에선 희미해진 나의 희망들을
보았고
구례 여기저기서 하얗게 새버린 내 머리카락들을
빗어 넘겼으며
성삼재 그 눈밭에선 내가 토해낸 핏덩이들의 몸짓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겨울을 지내고 나면 쿨럭 쿨럭 넘어 오는 각혈 같은 그리움이 좀 사그러 질까 했었다.
따뜻해 불쾌하기 그지없는 겨울 햇살 처럼.
내 사랑 또한 때를 모르고
장소를 모르고
어쩌면 불편한 존재였으리라.
그렇게 불편한 존재였으리라.
나의 그리움은 더러웠다.
불편한 그리움을 버리고 싶어
다시 한번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