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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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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부조리에 관한 일화


BY 나목 2020-10-30

 G는 노부모를 모시고 몇 마지기의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또 몇 마리의 소를 키우는 농사꾼이다. 직장생활이라고는 읍내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배를 따라 소도시에서 용접공으로 일한 일년이 전부다. 손이 야무진 그가 제법 인정을 받으며 따박따박 월급 받는 재미에 빠져 있던 어느 가을 그의 부모가 그를 불러 들였다. 함께 농사짓던 형님이 다방 여자와 바람이 났단다. 처자식도 버리고 농기계도 버리고 도시로 가버렸단다. 많이 배운 것도 없고 딱히 되고자 한 것도 없던 그이기에 기름때 뭍히며 농기계를 다루고 변덕스런 날씨의 눈치를 살펴가며 고된 노동에도 만족하며 살았다. 무엇보다 남의 밥 먹는 일이 어디 쉬운가. 그런 그이기에 대를 이어 소를 키워보겠다는 아들의 말을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오히려 더 부추겼을 것이다.

 가축학과를 졸업한 아들이 축사를 짓고자 군에 허가를 신청했을 때 문제는 생겼다. 법률상으로는 가능하나 주변 경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군수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달 후 지방 신문사에서 근무한다는 고향 선배 B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자신이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보겠다는 거다. B는 이런 속사정을 어떻게 알았길래 자진해서 문제 해결을 해 보겠다 나서는 것인가. 수장이 직접 안 된다는 것을 그가 무슨 수로 해 보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허가는 손쉽게 나왔다. 그리고 B가 슬쩍 던지는 말은 소 한 마리가 얼마인가 하는 거였다.

 부모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라고는 메뚜기 이마빡만한 땅 몇 뙈기 뿐이지만 세상일이 내 뜻대로만 될 리 없다는 것을 알 만큼 나이를 먹었다. 남한테 손만 안 벌리고 살면 그럭저럭 살아볼 만 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했던가. 자잘한 지방 행정에도 뒷돈이 오고가게하는 더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