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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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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새


BY 시쓰는 사람 단 2015-10-31

날지 않는 새


 

이제 겨우 두세 마리 남았다

북적이던 새장은 없다

재잘거리던 소음에 잠 못 이루던 밤도 없다

 

 

탐스러운 먹이를 입에 물려 주면 날로 날개가 견실해졌다

눈빛은 반들반들해졌고 새장 밖으로 날고자 했다

하나를 꺼내 날리면 과도한 희망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꼿꼿한 부리와 억센 발톱에는 기다리는 자를 위한
먹잇감이 걸려 있을 것이다

둥지를 지키는 자들은 그 환상을 믿으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 날았던 새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새를 포기하고 또 다른 새를 날렸다

또 다른 새도 흔적이 없었다

남아 있는 새를 더욱 강하게 조련했다

날개와 부리와 발톱은 더 이상 새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었다

희망이 아닌 분노였다

사납게 날아오른 새는 살아서 돌아왔다

그러나 상처가 깊었다

빈손이었다

돌아오지 않았던 동료의 피 묻은 깃털만 입에 물려 있었다

 

 

절망을 치료하기 위해 새장 속에 가둬 두었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죽었다

지난밤 꺼이꺼이 소리 내며 흘렸던 눈물이 마지막이었다

그 기막힌 눈물을 나는 눈 감고 들었고

곁에 있던 새들은 눈 뜨고 들었다

날이 밝아 새장 안에서 죽지 않은 절망을 꺼내 땅에 묻었다

남겨진 자들은 눈을 감았다

날지 않으려 했고 희망을 멀리했다

 

 

 

 

출처: 시집<우리는 사람이다>/지은이:시쓰는 사람 단/ 출판사: 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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