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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BY 비단모래 2015-09-20
멸치
비단모래
독한 약으로 머리 다 빠져
비로소 달이 된 아내에게 먹일
멸치를 까는 703호 남자가 있다
한마리 한마리
침묵속에 담긴 언어는
오로지 아내를 위한 기원
먹지 않겠다는 아내의 등을 쓸며
뭐든 먹는다면
심연의 바다라도 들어 갈 기세다
그가 따고 싶은 바다속 어딘가
아내가 벌떡 일어 날
용왕의 간이라도 구하고 싶은데
남자는
툭툭
자신의 간울 치며
멸치 내장을 꺼내고 있다
꽃잎처럼 지는 이승의 길
멸치 대가리처럼 짧아
손 떨리는데
겨우 멸치를 까야하는
가난한 사랑 바라보며
숨죽여 우는
밀물 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