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오래전 그 시간속에서 우리가 미쳤던 사랑은
아직 딱정이로 남아있지만
이제 들추어 낼 수 없다
그렇게 세상이 끝나버리고
지구 밑바닥까지도 내려갈 것 같았던 우리의 사랑은
세월속에서 그렇게 증발하고 있다
그 길은 아니었지만
그 길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립다
그리움은
가을날 마른 각질처럼
스멀스멀 일어나지만
그냥 놔두기로 한다
가슴은 성황당꼬리표 날리듯
바람속에서 울었고
섬뜻 찾아오던 기억의 파편으로
피어나던 빨간꽃잎들
얼마나 오랫동안 돌아보기조차 어려웠었는지를
그대여
그대는 알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