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볕이 제법 기운을 차리고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 가만 눈을 감고 바닥에 엎드려 귀기울이면
어느새 파란 솜털같은 풀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길가에 수레위에서 다리를 흔들며 앉아있는 꼬맹이가 하얗고 자디잔 이를 내놓고
연신 웃으면서 뭐라고 재잘거린다.
뒤켠에 쭈그리고 앉아 뭉게뭉게 하얀 솜사탕을 만들어내는 곰방대의 주인은 백발의 할아버지.
등을 돌려 아이를 보며 듬성듬성난 이를 드러내며 뭐라고 맞장구를 치신다.
처진 눈매며 뭉텅한 코끝이며 두툼한 윗입술이 분명 친할배인 거 같아.
찍어낸 국화빵마냥 닮아도 너무 닮았다.
지나던 아저씨가 할배에게 말을 건넨다.
할배는 입이 더 가늘어진다.
뭐라고 한거지?
"아따 영감님, 손주가 할배를 빼다 박었소. 어디 잃어버려도 할배얼굴보면 곰방 찾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