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비단모래
하필
선운사에서 이별통보를 받고
그렁이는 햇살아래 눈을 감았네
천갈래 만갈래
갈라진 꽃잎을 봉합하지 못하는 그리움
만날수 없다는 화인이 찍힌
빈 봉투에
담아두고 싶은 태초의 인연
온통 붉네
산도 마음도 온통 붉음을 쏟아내
창자까지 헹구어내네
다시는 못 만날 사람하나
가슴에 품어 이렇게 피를 쏟네
목만 길어 슬픈여자
벗겨줄 손길없는 족두리 쓰고
혼자 가을초야를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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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비단모래
수천번 불렀던 이름은 화석이 되고
기차는 떠나고 말았네
기적소리 속으로 비는 내리고
붉은 나비 한 마리
촉수를 빼어 허공에 꽂네
마른 골수 빼낸 등뼈는 휘청하게 달을 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