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르다며 가쁜숨 풀석이던 대지는
주린배 채운 아기처럼 평온해졌다
가는 빗발 흩날리는 이른 아침
별이와 산책길에 나서면서
오가는 길에 늘 눈인사를 주고받던..
409동 뒷길로 걸음을 재촉한다
혹?.하는 예감은 적중해 촉촉해진 잔디위로
지는 햇조각 닮은 살구 두 알이....
이른 봄 화사한 꽃대궐을 꾸미고선
무수히 많은 열매를 맺더니만
어느덧 볼이 햇볕으로 물들어 갈때
그 길을 오가며 나는
물 한 모금, 한스푼 햇살, 이파리 흔들어줄 한조각 바람도
줄 순 없어도
꽃대궐을 생각하며 보낸 그리움의 눈길.
떨어지고 따이고 높은 곳에 겨우 남은 두 알의 살구
주워 들고 보니 별이의 등에, 내 손등에도 핀
거뭇거뭇한 세월의 꽃이.., 아!. 살구도 이렇게 준비를 하는구나
손을 들여다 보니 팔순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한
여름비 시원스레 내린 아침!
문득 걸음 멈추고 걸어온 날들 뒤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