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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절트럼펫


BY 비단모래 2014-06-19

엔젤 트럼펫
                      비단모래

오후 5시 요양병원 저녁시간
식판을 마주한 아버지는 소리없이
밥 수저를 든다

삼시 세끼 뜨거운 밥을 먹지만
둥근 두레반이 아닌
고독한 식판 모래알같이 깔깔하다

202호 할머니는
만나는 사람을 붙잡고 이렇게 묻는다

\"물어 볼 말 있어요.
우리집에 어디로가요\"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집이 어디냐 불을 켜주지 않는다

만일 아기가 집 잃고 울고 있다면
야단법석
집이어디니
아빠이름이 뭐니
다급하게 묻고 애타겠지만
할머니 잃은 집은 그냥 허공에
달처럼 뜬다

한때는 남편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렸을
한때는 자식위해 기다림의 밥상을 차렸을
또 한때는 분냄새로 남편에게 들이밀었을

저혼자 땅에 대고 나팔을 부는 꽃
길 없는 정신속을 헤메며 혼자 집을 찾는
할머니나
혼자 밥 드시는 아버지나

그 마음이 붉게 섧다
 

 

*엔젤트럼펫 꽃말-덧없는 사랑, 천사의 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