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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


BY 비단모래 2014-04-04

 산맥

             비단모래

고향 산 피반령고개를 단숨에 넘고
속리산 마티재를 휙휙 넘어
축지법 걸음
저멀리 만주땅을 꿈꾸던 청춘이 있었습니다

말갈기 휘날리던 바람을 가르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기상서린 젊음이 있었습니다

6남매의 수양산그늘 광동팔십리였던
아버지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푸른 산맥으로
우뚝 선 아버지였습니다.

여든여덟
세월은 아버지의 산을 무너뜨리고
나무를 부러뜨리고
바위까지 산산조각 내고 있습니다

봄꽃 흐드러진 수도산이 내다뵈는
1인 병실에서 그럭그럭 아버지의 삶의 시간을
지우고 계십니다

아직은 느낌 따뜻한 손을 잡습니다
푸르던 산맥같던 힘줄도 늘어진 봄
꽃비 쏟아집니다

슬픈 강물위에 둥실
꽃잎 지천으로 덮어놓고
가만가만 흐느낍니다

 

 

 급하게 119를 타고 응급실로 오신 아버지는

벚꽃 흐드러진 수도산이 보이는 창을 가진

1인실에 입원하셨다.

이렇게 봄꽃 흐드러지는 4월에

아버지의 기력은 자꾸만 쇠진해지신다.

오늘은 딸이 퇴근하고 갔는데도 눈을 뜨지 않으신다.

그럭그럭한 숨소리가 내 심장을 아프게 한다.

혈당이 떨어졌다.

아버지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아버지의 영혼이 허공에 떠다니는 느낌이다.

아버지 머릿속에 저장된 그 많은 학식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큰 오빠는 우주 어느창고에 있을거라고 한다.

아버지의 학식을 스캔해서 내 머리속에 붙여넣기를 하고싶다.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기운이라곤 들어있지 않은 손.

일필휘지 붓글씨를 쓰시던 그 힘은 어디로 간걸까

어린딸을 허공에 들어올리며 웃던 그 젊음 어디로 간걸까

6남매의 그 커다란 수양산그늘 광동팔십리는 어디있을까

아버지..이번에도 제발 다시 털고 일어나셔요

제 손을 꼭 잡으셔요.

조금만 더..조금만 더 제곁에 계셔주셔요.

제발 오늘 밤 잘 견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