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점점 세상이 탈색 되어가는 날
잊었던 사랑이 떠오른다
손톱끝 봉숭아 물 미련처럼 남아
잊었던 이름을 기억해낸다
가을비 탓이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걸었던 탓이다
여름을 푸르게 장식했던 나뭇잎이 내려앉는 거리에
하필이면 떨어진 네이름을 줍는다
가을비 탓이다
억지로 잊으려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함께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아
이별빛 풀어내던 물가에서 떠내려 보냈던 이름
다시 주어담아
조각조각 맞추게 하는 가을
가을비 탓이다
가을비 그치면 긴소매 옷을 꺼내 입어야 하듯
나를 부르면 무작정 달려가고 싶은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