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삼키다
한 번 가벼워지기 시작한 것은
다시 무게를 갖는다는 것이 거추장스럽다
바람에 흘러 갈 때마다
꼭 뭐 하나를 만났다
그 하나에 잡아매려 하면 바람이 불었고
그럼 또 다른 낯설음을 향해 흘러갔다
그리하여
돌을 삼키기 시작했다
연한 살갗은 돌에 늘어졌다
늘어진 곳은 실핏줄이 터져 붉은 빛이 선명했다
내면의 고통은 더욱 잔인해서
돌에 돌을 삼킬 때마다 안은 밖보다 더 많이 희생되었다
그래도 그렇게 살고자 했다
매번 가벼운 것과 정붙이는 것이 서러웠다
버려지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돌을 삼키며
살아있는 박제가 되기 위해 애를 썼다
날개가 있지만 쓰지 않았고
옮기지 않고 고정시키려 했다
한 번 무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다시 무게를 버린다는 것이 몹시 두렵다
삼킨 돌을 다시 꺼낸다는 것은
소화되지 않는 집착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제 바람을 따르지 않고
낯설음도 멀다
숨 쉴 때 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지만
여전히 한 곳에 있다
이 시간과
이곳에 익숙하니
살아가기 괜찮다
*시집[일기 속에 일기] 2013년 tstore, e-book, <시 쓰는 사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