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는 순간
김수인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모두 떠난 겨울의 해변을 맨 발로 걸으며 파도의 아우성을 듣던 순간을.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다가오는 가을에 수줍어 빨간 얼굴이 된 단풍잎을 건네며 함께 미소짓던 순간을.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저물어가는 가을 벌판을 걸으며 함께 귀뚜라미 울음 소리를 듣던 순간을.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눈이 오는 날 드럼통에서 구운 고구마를 건네던 작은 손길이 우리의 마음을 적시던 순간을.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사랑이 들어와 가슴에 자리를 틀던 청춘의 우리 어느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