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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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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


BY 전유경 2012-09-18

불면의 밤

 

 

 

 

불면의 밤에 나는

 

횟집 수족관을 튀어나온 활어다

 

 

 

낮에는 \'저놈을 잡아 회를 쳐주세요\'라며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을 피해 정신없이 다니는 공포와

 

밤에는 그만 맥이 탁 풀려 잠에 곯아떨어지는

 

그 수면의 깊이

 

 

 

가끔씩 몸을 뒤척여 축축한 잠의 습기를 적시며

 

소록소록 자유의 바다를 꿈꾸는 치어가 되어본다

 

놀란 횟집 주인의 손아귀에 잡혀

 

수족관에 풍덩 빠뜨려질 때까지 잠시

 

 

 

그 사이 잠깐의 몽정을 하고

 

목숨을 길게 부지하기 위한

 

하나의 궁리쯤은 오늘도 짜낼 것이다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