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불면의 밤에 나는
횟집 수족관을 튀어나온 활어다
낮에는 \'저놈을 잡아 회를 쳐주세요\'라며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을 피해 정신없이 다니는 공포와
밤에는 그만 맥이 탁 풀려 잠에 곯아떨어지는
그 수면의 깊이
가끔씩 몸을 뒤척여 축축한 잠의 습기를 적시며
소록소록 자유의 바다를 꿈꾸는 치어가 되어본다
놀란 횟집 주인의 손아귀에 잡혀
수족관에 풍덩 빠뜨려질 때까지 잠시
그 사이 잠깐의 몽정을 하고
목숨을 길게 부지하기 위한
하나의 궁리쯤은 오늘도 짜낼 것이다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