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할 수가 없네
저녁 해가 산등성이 끝자락에서
눈시울을 붉게 적시고 있어도
떨어진 꽃잎들이
울음을 죽여가며 누렇게 바스라지고 있어도
어둔 바다 속처럼 낯선 등을 보이며 돌아선 네가
가만가만 출렁거리며 떠나가고 있어도
나는 슬퍼할 수가 없네
슬퍼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이겨낼 힘도 있어야 하지
나는 그것들 앞에서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겠네
파란 신호등처럼 밝게 빛나던 그때가
한순간의 꿈이었거나
이 숨 막히는 이별의 순간이 꿈일거라고
-- 전유경 시집 <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