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도 능력도 영향력도 모두 사라져 버린
햇살도 바람도 빗방울도 다 떠나간
어둡고 질긴 슬픔의 터널을 지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허무한 날의 허우적임 속
하늘이 내리는 한방울 이슬만 기다리는 시간
초침이 째각거리며 세상을 온통 실의라는 페인트를 칠한다
꿈을 먹어버린 현실이 당연하다
그 남자와 헤어지기를 너무 잘했다
갈라서 제갈길로 가니 얼마나 행복한가
툭툭 털고 새로 시작함이 훨씬 새롭다
아픔을 다독이기 보다 스스로 죽는것이 낳다
초침이 째각거리며 죽는게 사는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페인트를 칠한다
페인트를 칠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보니
보암직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불같기도 하고 같이 칠하고도 싶어라
어디서 본듯도 하고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찬양하다 쫒겨난 루시퍼의 졸개같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페인팅하는 손은 에덴에서 본 세갈래 혀같지 않은가
지금 저 루시퍼의 졸개가 칠하는
유혹과 미혹의 페인트 그 위에 살아남기 위하여 퍼뜩 떠오르는 한 가지
유월절 어린양의 붉은피 창과 째찍으로 짜낸 피
두번째 아담 아름다운 33세 청년 이 흘린 피
골고다의 붉은 피
그리하면 주홍같더라도 진홍같더라도 모두 다 희어지리라는 약속을 의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