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네 뒷 산은 대나무들이 빽빽히 한 뼘식 간격을 두고
부둥켜 안고 산다.
혼자 들어가야 겨우 벌어지는 길이 있다.
마곡사는 혼자 가야한다.
대나무 숲에 들어 가듯이.
바람이 단청을 오랫동안 씻어
퇴색된 시간줄기를 휘감아 도는 풍경소리를
혼자 봐야 한다.
그 곳에
왜 가는 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곡사로 가는 길이라고 해야 한다.
작업공책-
몇 년전에 길 찾다가 우연히 마곡사라는 이정표를 따라 도착한 곳 바로 마곡사다.
혼자 터덜 터덜 아무생각없이 걸어 아주 오래된 색으로 시간을 입고 서 있는 절을
처음 봤을 때 그 때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였다. 아마 이 느낌이라도 기억하고
싶어 몇 번을 수정한 것인데. 지금에 이르러 읽어보니 그 때 그 마음이 조금 말을 한 것 같다.
혼자 가는 길이 어디 집 뿐일까..
사람으로 사는 길이 원래 혼자임을 이제 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