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눈을 감고도 가고 절룩거리면서도 간다.
비를 맞으며 세월의매를 맞으며 길을 재촉한다.
젊은 남자의 팔뚝처럼 고목의 뿌리는 겉으로 붉어져 나오고
난 어둠을 익히지 못한채 넘어져 구른다.
한 번 구르고 두 번 구르고..........................아흔 아홉번 구르고...
만신창이가 되어 시야에 뭔가 잡히길 바라며 실눈을 뜬다.
아버님은 누런 베바지를 입고 파리채를 휘두르며 온종일 파리사냥을 하시고
어머님은 아버님 바지보다 더 누렇게 잘 익은 노각을 안고 흐믓해 하신다.
아이들은 뜨거운 태양아래 고무통에 들어 앉은 채 차가운 지하수를 즐기고
형님과 나는 반들반들한 가마솥 뚜껑을 열고 국수를 삶는다.
머물러 살고 싶다.
저녁 연기를 뿜어 내는 굴뚝이 보이고
새벽녁 사랑방에 군불을 지피고
아침밥을 짓는 아궁이에서 재를 끌어 당겨
조기를 굽고 김도 굽고.........
난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더 갈수 있을까.
버스를 타고 되돌아갈수 있는 길을
왜 그냥은 돌아 가지 못하는걸까.
일어나 다시 걷는다.
신발 속에 가득 고인
힘든 삶을 한번쯤은 벗어서 툭툭 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