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달과 바람과 바다의 이야기</B> / 최삼용(바브)
바람에 달려나갔던 파도가
달빛을 물고오다 절로놀라 해변에 자빠진다
너무 바람을 폭식해 뒤뚱대던 갯솔가지에서는
후드득 별빛만 떨어지고
바다가 기울어져 쏟기는 파도
별똥별 줍는다고 별아래 서성이다
일순 가슴에 느껴진 이름을
달빛에 새기지만
이제는 그 은밀한 호칭마저도 죽여야한다
시간의 비늘이 벗겨지고
가혹한 채질에 이탈한 여울달빛이
맘껏 짠맛을 구가하다 창백한 빛깔로 탈색된 날
수평선을 향하던 상현달은
비로소 졸음겨워 제 빛 길게 누였나보다
안주를 거부하는 아이의 장난끼처럼
피 돌이 빨라지고
세상 제일 아픈 사랑에 흔적을 지닌 누군가를 만나
비린 바다냄새 안주삼아
오늘은 술잔에 빈마음채워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