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아버지는 지독한 알콜 중독이었어요
엄마는 매 맞는 아내이고요
아버지는 명색이 목수였지만
망치는 장독대를 부수는 데나 사용될 뿐이지요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의 손등을
언니가 물어 뜯었어요
피멍이 들도록 발길질을 당하고
사흘 밤낮을 다락에 갇혔다가
열두살 언니는 식모를 갔지요
한 해 한 두번 언니가 왔어요
보따리를 풀면 흰 쌀이 나오고 참기름이 나옵니다
부엌방 아무도 모르는 곳에
한 줌 한 줌 쌀을 모으고
활명수 작은병에 참기름을 모았대요
그런날 우리는 흰 밥을 먹었고
푸성귀에 고소한 참기름을 둘렀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무 말 없이
도둑질이 나쁜 거란 한 마디 없이
흰 밥에 참기름을 비벼 드셨어요
누군들 가난이 좋을까 만은
가슴이 아리고 또 아려서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싫습니다
이야기------2
아버지는 교복에 페인트를 뿌립니다
아버지는 책 가방을 아궁이에 던집니다
내 가슴엔 검붉은 멍이듭니다
꿈은 재가 되어 흩날립니다
\"식모를 살아도 한글은 읽어야제..\"
엄마의 맨손이 아궁이에 들어갑니다
타다만 책이 불길에서 나옵니다
이불이며 옷가지는 엄마가 이고
책가방과 모기장은 내가 집니다
오빠는 약봉지만 한 짐 입니다
행여 잠 깬 아버지가
뒷덜미를 낚아 챌까
종종 걸음에 뒤도 아니 봅니다
이장님네 지붕 없는 창고에 짐을 풀고
묽디묽은 죽으로 허기를 채워도
안채 에서 끌어 붙인 흐린 불빛에
빤-한 달빛 까지 덤으로 와서
나는나는 정말로 행복했어요
선생님이 오셨어요. 그 먼 바닷길을.
낯선 부인이 빤히 나를 봅니다
공부시켜 준다고요.
딸 처럼 키운다고요.
시집도 좋은 데 보내 준대요
독신 홀몸이니 심부름도 없답니다
언니는 식모도 가서 사는데
저야 그 정도면 호강이지요
땀인지 눈물 인지 훔쳐 닦던 엄마가
내 등을 떠 밉니다
부잣집가서..공부도하고...시집도가고..매도 안 맞고...
배가 닿았습니다
포구로 향하는 포도밭 사잇길
돌아 보니 엄마가 돌아섭니다
다시 보니 엄마가 다시 돌아 섭니다
뱃 머리에 한 발짝을 내딛었다가
기여코
다시 한번 뒤를 보는데
\"안되겄다! 안되겄다! 내 새끼 이리 주소~
누군들 가난이 좋을까 만은
가슴이 아리고 또 아려서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싫습니다
이야기----3
걸어 놓는 윗도리에
곰팡이가 시~퍼래요
밥 푸는 밥통 옆
헌 문짝 너머가 변솟간이예요
신랑이 친구라도 몰고 온 날은
새색시는 푸른 벽에 앉은 잠을 잡니다
밤새 고물 냉장고는 귓전에서 울고요
자장면을 시킵니다
몇 층이예요?
지하실.
가스를 부릅니다
몇 층이에요?
지하실.
설움 많은 누군가
쓴 소주에 취한 새벽
머리맡 전못대에 오줌을 눕니다
그는 그저 볼 일을 보는데
땅 밑에 누운 나는 온 몸이 저립니다
비가 내리면
키보다 높은 골목
키보다 높은 층계
바가지를 손에든채
홀딱 밤을 샙니다
누군들 가난이 좋을까 만은
가슴이 아리고 또 아려서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