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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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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2,3.....


BY 최미순 2011-01-02

                                      

 이야기---- 1                                             

 

아버지는  지독한 알콜 중독이었어요

엄마는 매 맞는 아내이고요

아버지는  명색이 목수였지만

망치는 장독대를 부수는 데나 사용될 뿐이지요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의 손등을

언니가 물어 뜯었어요

피멍이 들도록 발길질을 당하고

사흘 밤낮을 다락에 갇혔다가

열두살 언니는 식모를 갔지요

 

 

한 해 한 두번 언니가 왔어요

보따리를 풀면 흰 쌀이 나오고  참기름이 나옵니다

부엌방 아무도 모르는 곳에 

한 줌  한 줌 쌀을 모으고

활명수 작은병에 참기름을 모았대요

 

그런날 우리는  흰 밥을 먹었고

푸성귀에 고소한 참기름을 둘렀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무 말 없이

도둑질이 나쁜 거란 한 마디 없이

흰 밥에 참기름을 비벼 드셨어요

 

 

누군들 가난이 좋을까 만은

가슴이 아리고 또 아려서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싫습니다

 

 

 

 

 

       이야기------2

 

아버지는 교복에 페인트를 뿌립니다

아버지는 책 가방을 아궁이에 던집니다

내 가슴엔 검붉은 멍이듭니다

꿈은 재가 되어 흩날립니다

 

\"식모를 살아도 한글은 읽어야제..\"

엄마의 맨손이 아궁이에 들어갑니다

타다만 책이 불길에서 나옵니다

 

 이불이며 옷가지는 엄마가 이고

책가방과 모기장은 내가 집니다

오빠는 약봉지만 한 짐 입니다

 

행여 잠 깬  아버지가

뒷덜미를 낚아 챌까

종종 걸음에 뒤도 아니 봅니다

 

 

이장님네 지붕 없는 창고에 짐을 풀고

묽디묽은 죽으로 허기를 채워도

안채 에서 끌어 붙인 흐린 불빛에

빤-한 달빛 까지 덤으로 와서

 나는나는 정말로 행복했어요

 

 

선생님이 오셨어요. 그 먼 바닷길을.

낯선 부인이 빤히 나를 봅니다

공부시켜 준다고요.

딸 처럼 키운다고요.

시집도 좋은 데 보내 준대요

독신 홀몸이니 심부름도 없답니다

 

언니는 식모도 가서 사는데

저야 그 정도면 호강이지요

 

땀인지 눈물 인지 훔쳐 닦던 엄마가

 내 등을 떠 밉니다

부잣집가서..공부도하고...시집도가고..매도 안 맞고...

 

 배가 닿았습니다

포구로 향하는 포도밭 사잇길

돌아 보니 엄마가 돌아섭니다

다시 보니 엄마가 다시 돌아 섭니다

 

뱃 머리에 한 발짝을 내딛었다가

기여코

다시 한번 뒤를 보는데

\"안되겄다! 안되겄다!  내 새끼 이리 주소~

 

누군들 가난이 좋을까 만은

가슴이 아리고 또 아려서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싫습니다

 

 

 

 

 

 

이야기----3  

                                                                

걸어 놓는 윗도리에

곰팡이가 시~퍼래요

밥 푸는 밥통 옆

헌 문짝 너머가 변솟간이예요

 

신랑이  친구라도 몰고 온 날은

새색시는 푸른 벽에  앉은 잠을 잡니다

밤새 고물 냉장고는 귓전에서 울고요

 

자장면을 시킵니다

몇 층이예요?

지하실.

가스를 부릅니다

몇 층이에요?

지하실.

 

설움 많은 누군가

쓴 소주에 취한 새벽

머리맡  전못대에 오줌을 눕니다

그는 그저 볼 일을 보는데

땅 밑에 누운 나는 온 몸이 저립니다

 

비가 내리면

키보다 높은 골목

키보다 높은 층계

바가지를 손에든채

홀딱 밤을 샙니다

 

누군들 가난이 좋을까 만은

가슴이 아리고 또 아려서

정말이지 나는 죽도록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