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까 자꾸 머릿통이 가렵다
어깻죽지 가운데 내 손이 닿으락 말락 한 곳만
가렵고 하루가 가는 동안 골똘히 생각하다가도
냉장고 문 열면 뭐 끄낼려고 했더라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함꺼번에 십 년씩이나
털어 먹는 게 아니니까
일 초 일 분 아껴 가면서 베어먹는 시간밥
갑자기 존재의 가치나 산다는 것의 무게나
마당에 묶인 개 한마리가 끌고 다니는 그림자나
뭐 다를게 있을까
늦은 저녁 붉은 노을 그림자를 길게 풀어 헤치는
저 빨간색 태양이나 매일 보고 지고 말면 그 뿐
나이 드니까 안 가려운데도 자꾸 벅벅 시원하게
긁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