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장 이었다.
감자를 캐고 난 밭에 달빛처럼 숨어
구슬같은 감자알을 줏어오신 엄마는 그밤에
달챙이 수저를 하늘로 매달아 놓으셨다
벼를 추수하고 난 논에 들어가
벼깡치에 손을 베이며
흘린 벼이삭을 줏어 손으로 비벼내셨다
김장배추를 뽑아낸 밭에 기어가
퍼런 슬픔의 이파리를 줏어
맨손으로 소금물에 마음까지 버무리셨다
그렇게 육남매를 키우셨다
거친것만 드시고 거친것만 입다가
결국 자신의 몸을 조각조각 나누셨다.
예전 그밭에서 그논에서
몰래 줏어온 시간을 던져
눈물 보석을 만드셨다.
엄마는 자신의 위장에 암덩어리가 자라는지도 모르고
뼈까지 까맣게 탄것도 모르고
오직 가장의 무거운 등 짐을 지다
세상에 빛을 놓고
세상에 심장을 놓고
그렇게 떠나셨다.
여성 가장
그 앞에 달챙이 수저는 또 삶을 긁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