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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에는 엄마가 보인다


BY 비단모래 2010-11-24

소영원연가

     -바람부는 날에는 엄마가 보인다

 

거리에 프라타너스 나뭇잎이 자동차 윈도우에 내려앉은 날

뜬금없이 엄마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세찬 바람길을 걸으며

자식들 입에 넣어줄 양식때문에 휘청이셨을 어머니

 

아침마다 줄지어 손내미는 육남매에게

올려준 낙엽같은 지폐를 위해

애절히 간장을 태우셨을 이 거리에

바람만 가득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솥 밑구녕에 불피우지 못하는 겨

 

밥을 굶겨 학교를 보내야 했던 큰오빠가 피 토하고 돌아온 날

그날은 엄마는 오히려 백지장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바람부는 날

저 낙엽이 엄마가 그리도 원한던

지폐로 흩날리는 것같은 환상이 보여

자꾸 낙엽을 잡으려 애씁니다.

 

돈 때문에 졸아들었을 엄마의 애간장

엄마 몸을 헌신한 병원에서

나오며 카드로 병원비를 지불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돈을

그렇게 온몸으로 세상을 지셔야  얻을 수 있었던

엄마의 등

 

그래서 엄마는 무너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