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원연가
-바람부는 날에는 엄마가 보인다
거리에 프라타너스 나뭇잎이 자동차 윈도우에 내려앉은 날
뜬금없이 엄마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세찬 바람길을 걸으며
자식들 입에 넣어줄 양식때문에 휘청이셨을 어머니
아침마다 줄지어 손내미는 육남매에게
올려준 낙엽같은 지폐를 위해
애절히 간장을 태우셨을 이 거리에
바람만 가득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솥 밑구녕에 불피우지 못하는 겨
밥을 굶겨 학교를 보내야 했던 큰오빠가 피 토하고 돌아온 날
그날은 엄마는 오히려 백지장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바람부는 날
저 낙엽이 엄마가 그리도 원한던
지폐로 흩날리는 것같은 환상이 보여
자꾸 낙엽을 잡으려 애씁니다.
돈 때문에 졸아들었을 엄마의 애간장
엄마 몸을 헌신한 병원에서
나오며 카드로 병원비를 지불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돈을
그렇게 온몸으로 세상을 지셔야 얻을 수 있었던
엄마의 등
그래서 엄마는 무너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