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의 가을 여인이여 /최삼용(바브)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태고 혼, 역 내린 금강암이
하늘빛 이고 선 낙조대 너머
치밀어 오른 노을만 만지작이다 지친 해거름
의지간 하나없는 돌귓작에 뿌릿발 내어건 천년송이
고고한 푸름 지녔다고 홍조 띨 만엽마저
초록 게으름 피워 문 채
계절을 거부 하였는가?
천갈래 찢기운 바람의 비명마저 소스라드는 마천대가
휘도는 까막새 날개 깃에
연신, 높새바람 태우며
처연한 울음을 골골이 내다 버릴 때
켜켜히 쌓여진 그리움의 촉수 세워 너를 탐하려 왔다가 아직은 준비 안된 만남 앞에 너덜계단 틈사이서 마른 눈물처럼 떨궈진 묵은 해 고엽만 되밟고 나는 간다
그 여잔 아직 저만치서 시치미 뚝 떼고
초록 매무새를 고쳐 매는 데
두고 가는 뒤태에 그리움 걸리어
아쉬움이 돌아 앉는 시간
이번 산행의 끝
내가 내걸 마루금에 꼭짓점은 어디일까?
어둠을 밀치고 남하 하는 가속페달엔
낯설은 만남 뒤 서툰 작별이 짓 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