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냄새나는 오후
비단모래
참 오래 심심했다
오래 살았나
가끔 남자가 다녀간 궁은 헐고 상처만 남았다
30년 결혼생활이 지나자
곰살궂던 손길도 덤덤해지고
오래된 편지처럼 세월속에 녹아버린 야릇한 감정도 없는데
창문을 열자 훅~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계족산 언덕에
하얗게 핀 밤꽃
언젠가 뜨겁게 맡았던 냄새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푸른시절
밤이면 우리는 밤꽃냄새를 풍겼다
알토란 같은 밤톨을 만드느라
벌은 징징 거리며 바빴다
6월 언덕이 검푸러지면
그 풀숲에 쓰러져
하얀 밤꽃같은 냄새를 탐했다
6월이 깊어가고
붉은 유월이 익어가고
밤꽃은 피어 냄새를 풍긴다
비릿한 냄새에 침을 삼킨다
오랫동안 잠재운 내 몸을 흔들어 깨운다
너 아직 여자
너 아직 충분히 여자
갑자기 젖물차기 시작하는 밤톨마냥 단단해지는 유두.